독서통신 연수를 신청하기 위해서 도서를 검색하던 중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지은이가 유현준 교수였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그가 쓴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역사에 대해서, 사람들의 삶에 대한 건축학적 해석에 대해 꽤나 공감할 수 있었기에 그가 쓴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책은 지은이 기존에 읽었던 유현준 교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추천사에 나오는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라는 명제를 다시금 설명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그와 관련된 다양한 예를 설명하고 있는데, 한 가지 흥미로운 예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작가는 같은 제국인데 로마제국은 천 년 이상 지속됐는데 반해 몽골제국은 150년 만에 망했는지에 대해 질문한 후 그 이유를 다른 학자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해석한다. 역사학자들은 몽골제국 군사력의 근간이 말이기 때문에 몽골 초원을 떠날 수 없었고 정복한 국가에서 지배력을 강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지만, 건축가인 작가는 몽골제국이 빨리 망한 것은 건축 문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다르게 해석한다. 즉 이집트는 피라미드, 로마는 콜로세움, 중국은 만리장성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했는데, 유목민인 몽골인들은 목초지를 따라 계속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텐트에서 지냈고, 무거운 건물을 만들지 않았다. 그들은 정복을 위해 기마병답게 엄청난 전투력을 보여 주었다. 귀신같이 나타나서 귀신처럼 살육하고 정복했다. 그러고는 텐트를 치고 있다가 철수하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었다. 몽골인들은 빠른 이동과 전쟁에는 능했지만 무언가를 남기는 데는 미숙했다. 그래서 몽골인들은 그리스신화의 켄타우로스처럼 신화적인 두려움의 존재는 되었지만 실질적인 통치력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몇 년전에 몽골을 가본 적이 있는데, 몽골은 가도가도 끝이 없는 초원에 게르라고 불리는 텐트만이 군데군데 보일 뿐 오래된 건축물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반면 로마인들은 정복지마다 콜로세움 같은 원형경기장을 지었고 그로 인해 통치력이 오래 동안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작가에 따르면 무거운 건축물을 남기는 것은 제국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작가는 그 이유를 고인돌을 이용해 설명한다. 고인돌은 시체를 장사 지내고 그 위에 세운 무덤이다. 작가는 어른이 되어서야 고대인들이 고인돌을 지은 이유를 깨달았다고 한다. 고인돌을 건축하는 데 사용된 돌은 그 지경에 없는 멀리서 구할 수 있는 바위들이다 보니, 옮겨오려면 수십 명의 사람이 숲에 가서 나무를 베고 그 나무로 통나무를 만들어 바위 앞으로 가지고 와서 이동시켜야 한다. 이동시킨 후에도 큰 돌을 작은 돌 위에 세우려면 수십명이 힘을 합쳐 땅을 판 후 작은 돌을 세우고 꼭대기까지 흙을 쌓아 완만한 언덕을 만든 후, 그 언덕 위로 통나무를 밀어올려 큰 바위를 얹는다. 그 다음에 쌓았던 흙 언덕을 다시 파내어 고인돌을 완성한다. 이렇듯 고인돌을 만드는 과정은 엄청나게 힘이든다는 것이다. 즉 절대적으로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을 오랜 기간 동원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즉, 영 동네에서 전쟁을 하러 온 부족이 있다면 자신이 건축한 고인돌보다 큰 고인돌이 있는 것을 보면 '아, 이놈은 나보다 센 놈이구나' 생각하면 전쟁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이처럼 무거운 돌을 이용한 거석문화는 권력의 상징이다. 더 무거운 건축물일수록 더 큰 권력을 나타낸다. 영국의 스톤헨지, 메소포타미의 지구라트,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의 만리장성도 모두 같은 이유에서 건축된 것이라고 한다. 이러첨 무거운 건축물은 권력을 과시하는 장치인데 반해 몽골젝구의 텐트는 가볍고 아무런 권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로마인들은 그리스와 메소포타미아문명으로부터 물려 받은 건축 문화가 있었다. 로마인들이 무거운 콜로세움을 건축했기에, 그것을 바라보던 정복지의 원주민들은 로마 군대가 철수한 다음에도 감히 로마제국에 도전할 생각을 못한 것이다. 왜냐하면 원주민들은 그런 어마어마한 건축물을 본 적도 건축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러한 건축 문화의 유무가 로마제국과 몽골제국의 운명을 갈랐다고 해석한다. 비약이라고 할지 모르나, 나로서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행동은 인식에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고 사람들의 인식을 좌우하는 것은 태어나고 자라면서 보고 배우는 주변 환경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야경만이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삶 자체를 건축으로 해석하는 작가의 시도와 시각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