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만약 이랬다면...' 이라는 가정을 이용해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을 아쉬워한다. 하지만 이내 내가 살아보지 못했던 삶을 살았더라도 또다른 후회가 남았겠지 라며 후다닥 내 생각을 정리해버린다. 그런데 내가 살아보지 못한 혹은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살아볼 기회가 있는 공간이 있다.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라, 수십번 혹은 수백번... 그 곳이 바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의 수많은 경우의 수가 헤아릴 수 없는 책이 되어 끝도 없이 꽃혀있는 도서관. 그곳에서 주인공인 노라 시드는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사서와 함께 본인이 살아보지 못한 삶을 탐닉한다.
이 책은 주인공인 노라 시드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이야기의 도입부에서 주인공은 세상에서 가장 우울하고 비극적인 상황 속에 놓여있다. 일자리를 잃고, 유일하게 의지하는 반려동물이 죽었다는 소식까지 전해듣는다. 기댈 곳 없는 상황에서 그녀는 죽음을 선택하는데, 그와 동시에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로 입장한다. 내가 선택해보지 않은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곳. 하지만 주인공인 노라 시드는 이런 기회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녀의 목적은 죽음이었으므로... 새로운 삶에 대한 아쉬움이나 기대, 혹은 지난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 그냥 죽고싶은 것이 그녀의 유일한 소망이다.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희망을 알려주기 위해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사서는 끊임없는 제안을 한다.
이 도서관에서 그녀가 가장 먼저 펼친 책은 <후회의 책>이다. 표지만 봐도 암울한 기운이 분위기를 압도해버리는 후회의 책을 들춰보며, 그녀가 다시 살아보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는다. 초반에 그녀는 자신이 다른사람의 기대를 꺾었던 삶으로 돌아가서, 그들의 그대에 부흥하는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현실에서는 남자친구가 다른 지역에서 펍을 함께 운영하자고 제안했지만, 그녀는 그 제안을 거절하면서 혼자 남게된다. 그래서 새로운 삶을 통해 그녀는 남자친구와 새로운 지역에서 펍을 운영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처음에는 결혼해서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듯 하지만, 남편의 외도로 실망한 주인공은 도서관으로 돌아와서 또다른 삶을 살아보기로 한다. 그 후에도 아버지의 바램대로 수영을 계속해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지만, 역시나 결론은 실망이며 그 끝은 도서관으로의 회귀다. 오빠의 바램대로 밴드 활동을 하며 세계적인 스타가 되지만, 또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온다. 그 외에도 수많은 삶을 다시 살아보지만 만족스러운 삶을 찾지 못한 주인공은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점점 더 잃어가며 죽음을 선택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후회의 책은 점점 얇아져가고, 마침내 그녀는 타인의 기대가 아닌 자신의 기대에 부흥하는 삶을 살아보기로 마지막 결정을 한다. 이 결정과 동시에 이야기의 배경은 다시 초반부에 맞춰진다. 배경과 상황은 여전히 암울하지만, 그녀는 여러 삶을 살아보며 내 삶에 초점을 맞추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같은 배경이지만 다른 태도로 이 삶을 마주하며 같은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나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만약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간다면, 내 후회의 책에는 어떤 후회들이 적혀있을까? 내 후회의 책은 얼마나 두꺼울까? 나는 어떤 삶으로 돌아가서, 어떤 선택을 뒤바꿀까? 과연 어떤 책을 집어들지 선택이나 할 수 있을까? 나 역시 개인적으로 후회되는 선택이 많지만, 그 중에 어떤 선택을 하나 꼽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타인의 기대에 맞춰가기 보다는 내 가치관으로 내 삶을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우리가 입버릇처럼 말하듯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이라는 상황을 주인공이 직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선택이 마냥 틀리지는 않았음을 지지해주고 있는 듯 하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같은건 없다. 인생의 두 번째 기회는 없다. 하지만 굳이 두 번째 기회를 얻지 않더라도, 나의 가치관대로 살아가고 있다면 그 방향성은 옳다. 이 책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책이 아니라, 지금 이 방향이 맞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