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봤을 때는 제목을 발음하기조차 힘들고 와닿지도 않았다. "어떤 책이길래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영어제목을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되었다. Fact.Ful.ness. 제목부터 흥미로웠다. 현대사회는 정보가 넘쳐나서 팩트(실체. 진실)체크가 쉬울거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역정보와 오해로 역설적으로 팩트에서 멀어지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자기 검열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얼마나 오해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팩트풀니스 라는 책 선택은 탁월했다.
이 책은 11장으로 구성되어있고, 각각의 다른 본능(instict)을 소 주제로 삼고 있다. 간극본능, 부정본능, 직선본능, 공포본능, 크기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본능, 단일관점 본능, 비난본능, 다급함 본능. 이들 본능이 과연 어떻게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것일까?
작가는 서두에 우리에게 퀴즈를 낸다. 제목이 팩트풀니스이고, 주제가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 이쯤이면 어느정도의 합리적인 지성인이라면 눈치챌 수 있을것이다. '아. 이 문제들은 오해하기 쉬운것들만 골라서 문제를 냈을 것이고, 작가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것을 답을 할게 아니라, 아닐것 같은 것들을 답으로 고르자!' 시도는 훌륭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나는 그럼에도 침팬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오해와 편견으로 가득차게 만든걸까?
먼저 간극본능. 간극본능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 세상을 둘로 나누는 것이다. 그렇게 나누는게 본능이고, 마음이 편해진다. 하지만 세상에 분화되어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스펙트럼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가장 많고, 흔하다. 세계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만 있는 것이 아니고, 중간정도의 삶을 사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며, 그 와중에도 다양한 모습을 띄고 있을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간극본능을 피할수 있는 방법으로, 다수를 보게끔 제시하며, 평균비교와 극단비교,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을 경계한다.
다음으로는 부정본능이 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앞으로의 일을 부정적으로 먼저 생각하는 본능이 있다. 이는 정보 자체가 좋지 않은 일에 대한 소식을 듣기는 쉬워도, 좋은 일을 알기란 어려워서 일수도 있다. 작가는 이에 대해 과거 기억에 대한 미화, 선별적인 보도 행태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또 이를 억제하기 위해 작가가 제시하는 방법은 세계가 나쁘지만 나아진다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또하나는 역설적으로 나쁜 뉴스를 예상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으레 나쁜 뉴스가 나오려니 생각하고 있으라는 것이다. 옐로우저널리즘까지 가지 않더라도, 언론이라는 것이 갖고 있는 성향, 추구하는 바를 생각해본다면, 그리 어려운 이유는 아닐 것이다.
다음은 직선본능이다. 나 역시도 강하게 갖고 있는 본능이자, 편견이다. 세상은 경향성을 갖고 흘러간다고 쉽게 생각해 버린다. 인구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멈추거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서 다른 형태의 곡선을 보일거라고 생각하질 못한다. 이에 대한 치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모든 선이 직선이 아니라는 생각을 자꾸 주입해주면 된다. 탈문맹률, 예방접종률 같은 경우는 S자 곡선이다. 1인당 출생아 수의 경우는 미끄럼틀 모양의 곡선이다. 충치아동의 비율이나 교통사고 사망률은 낙타혹 곡선이다. 우리는 코끼리 다리 만지기처럼 하나의 곡선에서 어느 한 부분만 보고 세상은 직선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리석었음을 반성한다.
다음으로는 공포본능이다. 부정본능과 맥락이 닿아 있는데, 우리는 사건사고, 자연재해 등에 대해 지나치게 공포심을 갖고 있다. 실제보다 부풀려서 알고 있고, 실제보다 많다고 생각한다. 공포는 물론 생존에 유용할것이다. 진화론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공포를 잘 느끼는" 종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았기에 공포본능이 현인류 깊숙히 뿌리박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공포와 위험을 구분해 낼 줄 알아야 한다. 실제로 위험한 것을 두려워하는 연습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이책은 그밖에도 크기본능, 일반화본능, 운명본능 등 다양한 본능이 가져오는 오해와 착각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물론 위에서 말한것처럼 우리의 왜곡된 생각을 바로잡아주고, 해결책도 제시해준다.
참으로 유익한 책이었다. 일차원적으로는 몰랐던 사실을 알려줘서 유익했고(팩트체크) 다차원적으로는 우리가 왜 이렇게 편견으로 가득찬 인간이 되었는지 논리적으로 이해시켜주고, 극복할수 있는 훈련법을 제시해줘서 유익했다.
현대사회처럼 체크되지 않는 팩트가 난무하고, 느낌적인 느낌으로 쓰여진 많은 글들이 SNS로 퍼져나가는 요즘. 현대인들의 필독서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