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스트셀러기도 하고, 주변에서 좋다는 사람이 많아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신청한 도서이다.
'어린이라는 세계'.... 그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나 역시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오래전이라 이젠 그때의 나를 잊고 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가 없으니 내게 퍽 멀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글을 쓴 김소영작가는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하다 지금은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책을 읽고 있다.
작가는 독서교실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쓰고 있다.
첫 에피소드는 현성이란 아이가 새 신발을 신고 온 것으로 출발한다. 새로 산 신발의 신발끈을 묶기 힘들어 하면서도
혼자 해내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는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아이들이 신발을 신고 벗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신발 신기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왼발, 오른발 짝을 맞춰 신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에 대해 얘기한다.
나도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신발의 짝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왼발, 오른발 바꾸어 신고 다니기도 하고,
신기가 어려운 운동화 뒤꿈치를 구겨 신은 적도 있었다.
가끔 지나가다 아이들이 우르르 있는 광경 중에 신발을 거꾸로 신고 어기적 걸어가는 걸 보고 귀여워서 웃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은 다양한 종류의 신발들을 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착착 찾아 신는 내가 대견하게 느껴진다.
어릴 땐 그렇게 어려웠던 일들을 당연하게 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일상 속에 자리 잡힌 생활 습관들이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작은 노력들의 총합일 수 도 있겠다.
현성이의 말 '어른은 빨리 할 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에는 울림이 있었다.
어른은 그간의 노력으로 빨리 할 수 있고, 어린이는 아직 처음인 것이 많아 서투를 뿐 그냥 그것대로 인정하면 그만인 것이다.
현성이가 스스로 묶은 왼쪽 발을 엄마에게 자랑하는 것이 그 녀석의 자부심으로 자라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작가의 어린이를 바라보는 방식과 자세를 보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
어쩌면 아이가 없어서 더 조심스럽고, 독립적으로 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러니까.
아이들 각자가 가진 개성을 '고유성 '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그녀가 아이들에게 하는 질문이 재미있다.
첫 수업에 하는 질문이 '선생님이 모를 것 같은 나에 대한 다섯 가지 사실 '을 알려 달란다.
좋아하는 음식이 나물인 것, 친척이 많은 것, 한자를 많이 아는 것.. 이런 것들은 어른이라도 친한 사이여야만 알 수 있다.
참 좋은 질문으로 사람을 구체적으로 알아나가는 구나 싶어 지혜로운 질문이라 생각한다.
어린이를 만드는 건 어린이 자신이다. 그리고 자신 안에 즐거운 추억과 성취, 상처와 흉터도 들어간다.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매 순간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간다고 할때 '다양하다'는 사실상
'무한하다'에 가깝다.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그러면서도 우주는 활기차고
사무적이다" 인용한 메리올리버의 문장이 와 닿았다.
각자 자기 방식으로 살아가는 우주는 활기차고 안정적일 것이다.
그 외에서 아이들이 언니로서, 동생으로서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것들, 어릴 적 선생님에 대한 기억들,
어린이의 편식, 정치적인 존재로의 어린이,, 이 모든 에피소드들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와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의 나도 무수히 있다.
반면 까마득한 옛날처럼 어린이의 마음을 잊어버리고 살 때도 많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어린이들의 모습에 흐뭇해서 혼자 웃음 짓기도 하고, 가슴이 찡 해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거짓 없는 아이들의 마음에 영혼이 조금은 맑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 보면 '내 안에는 3살도 있고, 5살도 있고 20살도 있다...'라는 구절이 있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 어린이의 마음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내 안에는 어린 시절의 내가 들어있어 어린이의 세계를 들어다 보는 것이 나를 들여다 보는 것이기도 했다.
가볍게, 그러나 따뜻하게 읽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