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읽어보고 싶었다. 특히 '달러구트 꿈백화점' 이라는 제목은 상상력을 자아내는 이름이다.
알지 못하는 외국에 어디엔가 존재할 것 같은 달러구트와 꿈백화점? 꿈을 파는 곳? 읽기 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것들이다.
그리고 작가 소개가 몹시 흥미로웠다.
재료공학을 공부하고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한 공대생. 요즘 과학소설들이 많이 뜨는 추세이긴 하지만 잠과 꿈에 대한 이과인의
시각은 어떠할지도 궁금했다.
읽고 나서의 첫 감상은 이거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 냈지?"
이 책은 해리포터처럼 환타지의 세계로 이끌어내는 힘이 있었다.
사람은 왜 꿈을 꿀까? 왜 인생의 1/3이나 잠을 자며 보내도록 만들어졌을까? 꿈 속 에서의 생생했던 일들은 정말 무의식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한 것인가? '잠'과 '꿈'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작가의 궁금증과 상상력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궁리해봐도 알 수 없는 어제와 오늘 사이의 신비로운 틈새를, 기분 좋은 상상으로 채워 넣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리고 행복한 마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야기는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꿈을 전수 받은 유서 깊은 가게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페니 '라는 달러구트백화점에 취직하는 이의 목소리로 전개가 된다.
잠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상점가 마을, 그 중에서도 잠든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곳,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갖가지 진귀한 꿈을 살 수 있는 달러구트백화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연애지침서, 예지몽, 트라우마, 체험판, 꿈을 타인에게 선물하는 것,,,
우리가 살면서 꾸었거나 꾸고 싶거나 꿈과 관련하여 느꼈던 많은 것들을 단편 같은 각각의 제목으로 풀어내었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현실감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꿈을 살 수 있고, 그때 느끼는 감정들을 후불제로 값을 치른다는 상상.
나는 어떤 꿈을 사고 싶을까? 그리고 꿈 제작자가 된다면 어떤 꿈을 만드는 사람이 될까?
예지몽을 꿔서 미래를 예언하고 싶기도 하고, 타인이 내게 남기는 꿈을 꿔서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알고 싶기도 하다.
잠들지 않는 현대인들을 너무나 잘 표현한 책 속의 모습들을 보면 뜨끔 하기도 하다.
잠드는 것보다 재밌는 게 많아서 잠을 자지 않으려 하고, 꿈이 안 팔리는 현상을 고민하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재밌는건, 그리고 갖고싶은 건 숙면캔디와 심신안정용 쿠키였다.
정말 수면제 같은 약이 아니라 달콤하게 먹기만 하면 푹 잘 수 있는 캔디가 있다면 어떨까?
마음이 떨리고 불안할 때 쿠키 하나만 먹으면 심신이 안정된다면 어떨까?
그리고 감정이 들어있는 향수도 너무 좋다. 뿌리기만 하면 설렘이 지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저런 상상들이 책을 읽는 내내 즐겁게 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뭔가 설정을 환타지로 해 놓고 중간 중간 너무나 한국적이어서 환타지가 깨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작가가 아직 초보인 것이 티가 나는 곳곳의 장치들과 뭔가 감동적인 요소들, 마음에 새겨야 할 것들을
정확하게 나서서 알려주는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상력과 창조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몇몇 좋았던 구절도 남겨본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는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잊지 마세요. 손님들께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이겨내며 살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수난 이전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죠."
"여러분을 가둬 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그 과정에서 절벽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기분이 드는 날도 있을 겁니다. 올해의 제가 바로 그랬죠. 저는 이번 꿈을 완성하기 위해 천 번, 만 번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꿔야 했습니다. 하지만 절벽 아래를 보지 않고, 절벽을 딛고 날아오르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독수리가 되어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완성할 수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