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반인들, 그 중에서도 수험생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최태성이라는 역사선생님이 쓰신 책입니다. 저 역시 최태성 선생님으로부터 강의를(인터넷 강의) 들은 적이 있으며 강의를 들으면서 역사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지혜'를 쌓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 책 선정은 그때의 좋은 기억을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의 삶을 고려해준 것인지, 원래 이러한 형식의 글쓰기를 좋아하시는 지는 모르겠으나, 책은 짤막짤막한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예를들어 <[3장]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챕터를 보면
정도전, 김육, 장보고, 박상진, 이회영이라는 인물들이 살아온 방식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저자가 간단히 술회하는 방식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업무를 마친 후 또는 주말에 잠깐 짬을 내어 읽기 좋았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감명깊게 읽은 부분은 정도전의 삶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정도전이 활동한 고려말기는 사회에 혼란과 부조리가 가득한 시기였습니다. 또한 정도전도 보잘 것 없는 집안 출신에 10년간 유배를 다녀온 죄인이고 소위 말하는 패배자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양반인데도 불구하고 '숯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도전은 그러한 사회와 자신의 상황에 대해 비관이나 낙담을 하지 않고 오히려 객관적으로 성찰하며 '대안'을 제시하려고 했습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의 개선책을 내려고 애썼던 그입니다.
그 결과 그는 '이성계'라는 인물에 주목하게 되고 그의 잘 훈련된 군대를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이런 군대로 무슨 일이든 못하겠습니까?"
표면적으로는 왜구를 토벌하자는 제안이었으나 이성계는 정도전의 속뜻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바로 역성혁명을 일으키자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모두 알다시피 이성계는 위화도회군을 통해 조선을 건립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도전은 자신이 그리던 '대안'들을 조선에서 하나 둘 실현해 가게 됩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과 저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갈수록 초라해져가는 근로소득의 가치와 관련하여, 제 자신의 가치마저 의심해가던 시기에 이 책을 펴들었기 때문입니다.
정도전의 자세와 실천력을 보며 깨달은 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상황과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자'
이러한 자세를 갖게 될 때 나 자신을, 더 나아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저자 최태성은 이러한 정도전의 사례 뿐 아니라 다양한 위인들의 삶을 묘사하고 소개하며 오늘날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교훈들을 슬그머니 제시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인물들의 행동에서 교훈을 얻는 점의 장점을 말해줍니다.
그것은 바로 역사적 인물들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며 '검증'된 인물들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사는 현시대에도 다양한 '위인'들이 존재합니다. 이미 고인이된 스티브 잡스도 있을 것이고 일론 머스크 등의 사업가들, 그리고 여러 정치가들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시대의 위인들은 아직 살아있는 경우가 더러있으며, '공'은 평가받았으나 '과'가 뒤늦게 밝혀지는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을(살아있는) 존경한다고 섣불리 말했다가 그들의 위선과 악행이 드러나면서 그러한 존경을 '철회'해야하는 웃지못할 경우들이 왕왕 일어납니다. 따라서 저자는 이러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옛날 사람들(특히 조상들)의 본을 받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 아닌가' 하는 본인의 생각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며, 바로 그러한 이유로 우리가 지금은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린 역사를 공부하고 그 속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오늘날의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인 <역사의 쓸모> 라는 문구가 크게 와닿았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으로서, 현재의 일도 따라가기의 급급한 나머지 과거의 역사는 등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현생을 열심히 살아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과 과제들이 있다면, 과거의 사건들을 통해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도 좋지 않나,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