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하반기 조국이 우리나라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후 딸의 대학원 입학논란 등 여러가지 논란이 제기되었으며 대규모 집회가 발생하는 등 국론 분열이 심화되고 결국 조국은 장관직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과 함께 가장 많은 이슈가 제기되어 온 것중 하나는 정의에 관한 문제다. 지금의 문재인 정부는 정의로운 국가를 표방하고 있으며, 사회 곳곳에서 "정의로운가"에 대한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과연 정의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리를 위해서 마이클샌델 교수가 집필한 "정의란 무엇인가"를 선택하여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 샌델교수는 허리케인 피해이후 발생하는 가격폭리 논란의 사례를 들면서 정의의 의미를 복지, 자유, 미덕이라는 세가지 항목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을 한다. 그런데 복지와 자유를 앞세우는 주장에 비해 미덕의 기준에는 판단의 요소가 개입을 하게 된다. 과연 정의로운 사회라면 시민에게 미덕을 장려해야할까, 아니면 법이 미덕을 둘러싼 서로 다른 견해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면서 시민들 스스로 최선의 삶을 선택하도록 해야 할까? 이 질문을 기준으로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주장하는 고대 정치사상과 18세기 이마누엘 칸트부터 20세기 존 롤스에 이르는 근대 정치사상을 구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정의에 관한 세가지 견해의 장단점을 살펴본다. 먼저 정의란 복지의 극대화하고 생각하는 주장부터 살펴본다. 이 견해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 공리주의를 살펴본다. 공리주의는 복지를 극대화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 혹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구하는 가장 영향력있는 견해다. 그다음으로 정의를 자유와 연관시키는 일련의 이론을 살펴본다. 이들 이론의 대부분은 공통적으로 개인의 권리 존중을 강조한다.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곧 정의라는 생각은 복지극대화를 강조하는 공리주의 사고만큼이나 오늘날 정치에서 익숙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정의는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의가 미덕, 좋은 삶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이론을 살펴본다. 미덕으로 정의를 규정하는 견해는 오늘날 정치에서 문화적 보수주의, 종교적 우파로 간주된다. 도덕을 법으로 규정한다는 생각은 자유사회 시민들이 보기에 자칫 편협하고 강압적인 정책을 초래할 수 있는 경악할만한 발상이다. 하지만 정의로운 사회는 무엇이 미덕이며 좋은 삶인가에 대한 견해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대올로기 스펙트럼 상의 다양한 정치운동 및 주장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샌델교수는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찰하는 것이라는 마지막의 접근법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공리주의적 접근방식은 첫째, 정의와 권리를 원칙이 아닌 계산의 문제로 만들며, 둘째, 인간의 모든 선을 하나의 통일된 가치척도로 환산해 획일화하고 그 질적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유에 기초한 이론들은 첫째 문제를 해결하지만 둘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고 한다.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고 한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이견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단 하나의 원칙이나 절차를 만들어 놓고 그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소득, 권력, 기회 등 모든 것을 정당하게 배분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원칙을 찾기는 어려우며 논쟁을 피하기한 불가능하다. 정의에는 어쩔 수 없이 판단이 개입한다. 정의는 올바른 분배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의존할 여러 도덕적 원리를 아는 일은 아주 중요하며, 그 원리가 적용될 상황을 적절하게 이해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원리라도 제대로 적용할 수 없고, 따라서 좋은 판단과 실천은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그 상황에 임한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과 관점의 다양성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서 정의에 대한 견해를 정립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내가 무엇을 왜 그렇게 생각하는 지 알게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