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유시민 작가가 1988년에 썼던 책을 이번에 다시 써 낸 책이다. 난 대학교 신입생 즈음에 그 책을 처음 봤고, 생각지도 않았던 내용들에 다소 놀라기도 했다. 내가 그 책을 처음 읽던 그 당시에도 유시민이라는 사람은 운동권의 유명인사였었고, 다혈질의 젊은 장년이었다. 경제학을 전공한 것으로만 알았던 그가 어떻게 세계사 관련 책을 쓰게 되었는지도 궁금했지만, 무엇보다 박식하다고 소문나 있던 그가 쓴 비전공자로서의 세계사 책이 궁금했었다. 처음 읽었을 때 놀라움은, 내가 어쩌면 이렇게도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을까 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학창시절 교과과정을 통해 세계사를 꾸준히 공부하고 배워왔다. 그렇지만 유시민이 열거했던, 역사를 바꾸었던 사건들에 대해서는 어쩜 그리도 무지했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교과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사건들을 읽으면서, 또 그 사건들이 불러일으켰던 역사적 반향들을 조금은 체감하면서 이렇게 중요한 사건들을 모르고 살았다는 게 너무나 신기하게 느껴졌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때의 놀라움과 함께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또 내가 살고 있는 동시대 그리고 동시대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 현대사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책임감을 갖고, 주관을 갖고 지켜봐야 되겠다는 생각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세계사는 너무나 역동적이었고, 또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의 목소리의 열정이 들리는 듯 뜨겁게 다가왔었다.
또 그렇게 시간은 흘러 조금은 내가 몸담고 있는 동시대의 역사적인 의미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고 생각했다.
다시 개정된 이번 책을 보면서 예전의 그 열기를 다시 느낄수 있었다. 대부분 예전에 읽고 또 처음 그 책을 읽은 이후 여러가지 루트를 통해 정보를 얻기도 했지만 시간의 변화에 따라, 또 현재의 시대정신에 맞게 조금은 내용이 추가되거나 수정되었고,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좋게 읽을 수 있었다.
큰 틀에서의 주요 사건들의 변화는 없었지만, 예전 책에 있었던 4.19 혁명과 일본의 역사왜곡 부분은 빠졌고, 러시아 혁명은 꼭지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이번 개정판에서는 총 11개의 사건으로 3개 정도가 줄어들었다.
여러 이야기들 중에 최근 내가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라 더 깊이 다가온 내용이 있었다. 언론에 대해 다루고 있는 유시민의 이야기이다.
"언론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못지 않은 권력을 행사하는 제4부가 되었다. 언론사는 개인기업 또는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이지만 정보를 유통하는 공적기능을 담당했다. 정보 유통에 큰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지식인은 언론을 통하지 않고서는 대중과 접촉하기가 어려웠다. 정보 유통망을 장악한 신문, 잡지, 방송 종사자도 지식인 집단의 일원이 됐다. 드레퓌스 사건에서 봤듯이,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언론이 크게 꾸준히 보도하면 사실이 아닌 것도 사실이 됐다. 지식인과 신문, 잡지, 방송의 시대는 컴퓨터를 활용한 네트워크 혁명이 일어난 20세기 말까지 이어졌다. 그것은 20세기 특유의 현상이었다."
유시민은 지식인과 신문, 잡지, 방송의 시대가 20세기 특유의 현상이라고 이야기 한다. 아마도 21세기 들어 널리 퍼지기 시작한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유튜브 등의 1인 미디어, SNS를 통한 뉴스의 전파 등을 염두에 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1인 미디어와 인터넷 언론, SNS 등이 기존 신문, 잡지, 방송 중심의, 이들 주도의 보도형태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돌아본다면 아직까지는 결코 신문, 잡지, 방송의 영향력이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간이 더 지나고 1인 미디어, SNS의 활성화로 변화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1인 미디어나 SNS의 집중력은 기존 신문이나 방송이 가지고 있던 파괴력을 그대로 이어받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단시간내에 그런 획기적인 변화가 생겨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간 과도기 단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올바른 언론지형을 만들어내는 시민사회의 성숙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에 의한, 미디어를 위한, 미디어의 권력을 이제는 시민들이 원하는, 시민들을 위한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갈수 있는 사회적인 의식과 법률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