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치료의 일환으로 미술 치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림에 드러난 요소들을 가지고 정신적인 부분을 치료한다는 것이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그림에 드러난 것들을 가지고 사람의 정신 상태를 해석하는 것이 과연 믿을만 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겼다. 언젠가 둘째가 태어나 소외감을 느낀 첫째 아이가 부모와 둘째의 모습은 크게, 자기의 모습은 작게 그린 것을 보고 한 심리치료사가 아이는 스스로 집안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해석했던 방송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때 과연 그림의 크기를 가지고서만 인간의 정신 상태를 해석하는 것이 정확한 것인지, 나아가 미술 치료가 정말 근거가 있는 치료라 볼 수 있는지 스스로 의문을 품었었는데 이 책을 접한 뒤로 그림은 실제로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림에 드러난 것들을 통해 그림 너머의 화자의 정신 상태, 화가의 삶 또한 유추할 수 있단 것을 알게 되면서 그간 그림을 감상하면 그냥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고 잘 그렸네, 추상적이네, 이런 일차원적인 판단에 그쳤던 나를 돌아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 그간 미술관에 그림을 감상하러 가면 작품의 분위기나 판단했던 옛날의 내 모습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앞으로 작품들을 감상하는 데 있어 새로 생각해 볼 여러 요소들도 배우게 되었다. 또 알지 못했던 작가들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꽤나 흥미로웠는데 그 중 모네의 이야기가 가장 감명 깊었다. 프랑스를 여행했을 때 모네의 그림을 직접 감상하고 모네의 정원도 놀러가 보았던 기억이 있어서 그럴까, 어릴적의 힘듦과 아내를 잃음에도 삶의 마지막까지 자기가 좋아하던 일을 놓지 않았던 그의 작품에 녹여진 열정과 섬세한 표현들을 이해해 볼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모네의 작품이 역동성과 생동감을 주는 비밀은 검은색과 탁한 색으로 명암을 표현하는 대신 밝은 색상의 대비를 활용해 빛의 효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같이 평범한 대다수의 인간들은 위대한 자연의 모습을 눈에만 담는 것으로 그치는 반면 모네는 놀랍게도 도화지에 아름답게 구현해 낸 것이다. 색으로 어떤 심리를 표현하는가 하는 것도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접근이라 좋았고 미술로 어떻게 심리 치료를 하나 항상 궁금해했던 나에게 조금씩 답을 주는 듯 했다.
이 책은 작가의 눈을 통해 열다섯명의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그림 너머 그들의 인생 또한 알아보는 컨셉을 취하고 있다. 미술관도 적잖게 다녀봤고 명화에 관련된 책 또한 꽤 접했던 터라 미술에 조예가 깊다고까진 할 수 없어도 지식의 깊이가 얕다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책에서 소개한 열다섯 명의 화가는 처음 들어보는 화가들이 대다수여서 처음 들어보는 화가들의 처음 보는 그림을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도 신선했다. 일반 미술책들이 시대적인 배경, 미술의 화풍을 주로 설명하고 있는 데에 반해 이 책은 작품에서 드러나는 화가의 심리, 화가의 일생 등을 심리학적,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다 읽으면서 느낀 점은 저자가 '중요한 것은 대상이 아니라 관찰자의 주관과 해석' 이라 말했듯 대상에 관찰자가 부여하는 의미와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데엔 작가의 눈과 생각을 통해 화가들의 작품 그리고 그 너머의 일생에 대해 들여다 보았는데 앞으로 새로운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는 나의 눈과 생각도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설명한 것처럼 여러 심리학 뇌과학적인 요소를 접목시켜 생각해 볼 순 없을지라도 나름의 기준을 갖고 새로운 작품들을 해석해 본다면 좋을 것 같았다. 코로나라 미술관이나 전시회에 다니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지만 상황이 나아진다면 얼른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러 다니고 싶다. 작가의 눈을 통해 해석해보긴 했어도 여러 작품을 해석하니 마치 나도 그만큼 발전한 것같은 착각이 생겨서 왠지 나또한 작품에 담긴 화가의 정서를, 그의 생애를 당장이라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미술에 큰 흥미가 없거나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