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장수에 대한 욕망도 커져가지만, 그에 반해 치매에 대한 두려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과거에는 연세 드신 분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면 ‘노망’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면서 ‘노망나면 끝!’이라고 하며
‘아무것도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찍어 가정에서는 치매 당사자를 가두기도 했고 정신과나 노인 전문병원에서도
침대에 묶어 노후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겼습니다. 의사인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보며 치매의 의료와 간병에 더 깊이
관여하게 되었고 치매전문의가 되었다. 그런 저자가 만88세 되던 해에 치료를 하던 의사에서 치료가 필요한 치매 환자가 되었다.
저자는 치매 전문의로서, 치매를 겪는 환자로서 자신처럼 치매에 걸린 사람들과 그 가족, 치료 의료와 간병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마음으로 이 책을 저술하였다고 한다.
아직까지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치매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막상 자신 또는 자신 주변의 친지들이 치매라는 병에 걸렸을 때,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책에서 치매라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교류하는 편이 좋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치매 환자가 속한 사회가
적어도 치매 당사자를 깔본다더니 부끄러운 일로 여기는 사회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한다.
치매라는 병의 고약함이 문제이긴 하지만, 치매를 무시하거나 등한시하는 덜 성숙한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듯 하다.
치매는 정상적으로 발달한 뇌의 신경세포가 외상이나 감염증, 또는 혈관 장애 같은 다양한 질병과 원인으로 인해 손상되어
장애를 입었을 때 일어난 현상이라고 하며 대표적인 치매의 종류로는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형 치매, 전두측두형 치매,
알츠하이머형 치매 등이 있다. 치매 치료제로서 증상을 완화하고 억제하는 약은 생겼지만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고 한다.
치매는 치매를 겪는 당사자의 입장과 치매환자를 케어하는 주변인의 입장에서 치매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할 것 같다.
치매당사자의 가족 또는 주변인이라면 치매는 고착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치매 당사자를 아무것도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치매 당사자를 대할 때는 우선 상대가 하는 말을
귀담아들어 주겠다는 마음을 꼭 되새길 필요가 있다. 생활환경은 최대한 간소하고 단순하게 하는 편이 좋다.
복잡한 환경은 피하고 화장실이나 잠잘 곳의 위치 등 중요한 장소일수록 기억하기 쉽고 눈에도 잘 보이는 곳으로 마련해서
치매 당사자가 움직이기 편한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좋다. 치매 당사자와 대화를 할 때면 얼마나 마음을 써 주느냐에 따라
상대가 느끼고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크다는 점, 또한 명심하여 부드럽고 따뜻한 말로 대하도록 한다.
치매 당사자를 마주할 때는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다.’, ‘인간 중심의 코어를 실천한다.’라는 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저자는 치매 당사자를 만날 때는 ‘속이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쉽지 않은 당부의 말인 듯하다.
다음으로 치매당사자로서는 치매를 인지하고 주변인들에게 숨기지 않고, 특히 운전은 해서는 안된다.
운전면허 자진반납 등은 어떻게 보면 작은 일 같지만, 모두를 위해서 하는 매우 훌륭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치매의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노화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늙어가는 일이고 그러니까 죽음도 삶의 일부로서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을 항상 인식하고 살아가야 한다. 치매를 걸리기 전이든, 치매가 걸렸을 후에도 아직 자신이 자신의 뇌를 부릴 수 있을 때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원하는 장수, 그런데 장수하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의 저자가 치매전문의에서 치매 환자로 그 역할과 자리가 바뀌었듯이 나 역시 가족 또는 친지 중의 치매환자를 케어하는
치매 주변인에서 언젠가는 치매 환자로 될 수 있는 확률을 비켜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이 소중한 것이다. ‘지금이라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