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팩트풀니스라는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제목을 보고 주제에 대한 느낌은 나름 편안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동안 읽었던 책들이 보통 '4차 산업혁명',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대비' 이러한 주제들로 이루어진 것들이었는데, 이런 부류의 책들만 읽다보니 독서를 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되었다. 그래서 독서를 할 때 만큼만은 사람에 대한 책, 인문학을 주제로 하는 책을 읽고 싶었다.
팩트풀니스는 책 이름 그대로 "'팩트(Fact)'를 기반으로 세상을 바라보라!" 라는 메세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준다. 그리고 그렇게 팩트로 바라본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괜찮다는 것이다. 책 제목과 소제목을 보면서부터 요즘 코로나, 취업난으로 시달리는 나에게 위로를 던져주는 말인 것 같아 기분이 위안이 되었다.
인상적이었던 점들 중 하나는 책 속에서 내게 문제를 던져주었다는 것이다. 13개로 이루어진 3지선다형 문제였다. 특별한 지식이나 이론을 묻는 것이 아닌 정말 '세상'의 현실, 실태에 대한 문제였다. 예를 들면, "오늘날 세계 기대 수명은 몇 세일까?" 라는 문제..
이런 사실 충실성에 기반해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저자는 사람들이 갖는 편견과 고정관념들을 바로 11가지의 본능으로 분류하고 있다. 바로 이 11가지 본능을 가진 채 세상을 왜곡되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11가지 본능 중 주관적으로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던 4가지 본능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하고자 한다.
1. 간극 본능 (The Gap Instinct)
간극 본능이란, 쉽게 말해 이분법적인 사고이다. 마치 '흑백 논리' 처럼, 세상에는 '이것' 과 '저것'으로만 이루어져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본능은 세상에 2가지 종류만 존재하고 모든 것들이 이 두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부자인 사람과 가난한 사람, 이 2가지로 분류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간극 본능을 억제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간극 본능을 자극하려는 상황을 예로 들며 설명한다. 우선 '평균 비교'이다. 평균만으로 집단을 분류하면 자칫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는 통계학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이슈이다. 따라서, 평균을 비교할 때 퍼짐 정도 즉, '분산'과 함께 고려하며 어떤 집단을 하나로 묶어보지 않고 각 개인에게 주목한다면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문제를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다음은 '극단 비교' 이다. 극단이란, 서로 정 반대되는 양 끝을 의미한다. 이는 정말 강렬하게 간극 본능을 유혹한다. 명심해야 할 점은 대부분(다수)은 중간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수학, 통계학에서 자주 접하는 정규분포도 다수는 중간에 있지 않은가? 따라서 간극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서 다수는 중간에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2. 부정 본능 (The Negativity Instinct)
부정 본능이란, 본능적으로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TV를 켜고 뉴스를 보면 긍정적인 소식보다 부정적인 소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왜냐하면 언론은 자극적인 내용을 기사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지금 세상 어디엔가 긍정적인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언론에 그 일이 방송되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최근 인공지능과 같은 고차원 기술의 개발로 인한 긍정적인 뉴스가 자주 다루어지긴 하지만 아프리카의 소득 수준이 상승했다는 소식,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의 아동 사망률이 감소했다는 소식과 같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파급력이 큰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이러한 것들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언론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언론도 하나의 기업이기도 하며 언론들은 소비자의 주의를 사로잡는 경쟁을 해야 하며, 결국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정 본능을 어떻게 억제할까? 바로 언론을 보고 있는 우리가 "언론은 자극적인 소식만을 자주 전달하기 때문에 언론의 뉴스만 보고 세상이 부정적으로만 변하고 있다"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어디에선가 분명 긍정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러한 소식들은 우리 눈에 가시화되어 보이지 않을 뿐, 세상은 상황이 나쁘면서 동시에 나아지고 있기도 하며 나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나쁘기도 하다는 것!(물론 최근 코로나로 인해 부정적인 일이 긍정적인 일보다 많아 상황이 나아지는 방향보단 악화되는 방향으로 가는 듯 하긴 하다..)
3. 직선 본능 (The Straight Line Instinct)
직선 본능이란, 모든 그래프가 직선으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책 속에서는 소득 수준, 지출,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을 예시로 들었지만 나는 어떠한 것을 학습하는 '러닝 커브'를 생각했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배우고 익숙해지기 까지 처음과 끝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예 접해보지 않은 낯선 것에 익숙해지기 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기초가 습득된 후 사진의 'Steep acceleration' 처럼 급속도로 실력이 상승하는 구간이 존재한다. 나는 이 순간에 직선 본능에 빠진다고 생각한다.
실력이 급속도로 상승하는 구간에서 막힘 없이 문제를 해결할 때 마치 자기가 최고의 해결사가 된 것 같고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마치 '정체기'와 같이 특정 구간부터 학습 능력이 이전 처럼 급격히 상승하지 않는다. 그런데 몇 몇 사람들은 이를 비정상적인 문제로 생각하고 마치 자기의 경우만 이런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분야던 영원히 직선 규칙이 적용되는 것은 거의 없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새롭게 배우고 익숙해지고 숙련되는 과정에서 우리의 '직선 본능'을 염두에 두면서 배우게 된다면 스트레스를 덜 받지 않을까? 한다.
4. 비난 본능 (The Blame Instinct)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인상적인 본능은 비난 본능이었다. 비난 본능이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이다.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 뭔가 그럴듯하고 맞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아니다. 여기서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는다는 것은 문제가 '누구' 때문에 발생했는지만 찾으려는 것을 의미한다.
비난 본능은 비난 대상만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비난 본능에 휩싸이면 비난할 대상에 집착하느라 정말 주목해야 할 곳에 주목하지 못한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며 비난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대체 문제가 어떤 구체적이고 복잡한 원인들로 인해 발생했는지 찾아야 한다. 보통 부정적인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 개인의 잘못보다 시스템에 주목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런데 좋은 문제, 즉, 기업 내에서 성과가 발생하는 것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비난 본능이 발휘된다. 바로 좋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단순히 어떤 한 인물 또는 하나의 것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여러사람의 협력, 여러 시스템의 조화로 인해 좋은 일이 발생한 것인데 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을 읽기 전 코로나 관련 뉴스만 보게 되면 중국이라는 나라, 중국인들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만을 쏟아내는 '단순한' 해결책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단순히 비난만 하는 것이 아닌 코로나가 왜 발병했고 어떤 구체적인 원인 때문에 발생했는지 찾아내는 방향으로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