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때부터 현재까지, 학문의 오랜 역사에서 가장 진보적인 학자부터 가장 보수적인 학자까지 대다수의 학자는 대중을 속절없는 우민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투표자는 선동적인 정치인을 고분고분 따르고 군증이 피에 굶주린 지도자의 충동으로 광란에 빠지며, 민중이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에게 겁을 먹는다는 결론을 내리곤 한다. 특히 20세기 중반에 이뤄진 심리학 실험(밀그램의 전기 충격 실험 등)에서 실험 참가자들이 맹목적으로 권위에 순종하고, 직접 눈으로 확인한 명백한 증거보다 집단 의견을 믿는다는게 입증되며 이런 결론에 힘을 실어 주었다. 이 책은 이런 통념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준다. 대중은 우민이 아니라 누구를 신뢰하고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알아내는 데 능수능란하다고 한다. 정치 선동가부터 광고전문가까지, 또 설교자부터 선거 운동원까지, 일반 대중을 설득하려는 사람들은 언제나 참담하게 실패하는 것이다. 선동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나치조차 사실상 선동에 실패하였다. 대중이 선동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들고 나온 선동자 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대중이 선동되는 게 아니라 단지 대중이 원하는 것을 외치는 사람을 지지할 뿐이라니, 이제서야 책을 읽고 나니 사람들이 모여 주장하는 것이 그런 식으로 구성돼있다고 받아여들진다.
그러면 왜 대중은 쉽게 선동되는 것처럼 보일까? 어떤 의견은 좋은데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어떤 의견은 나쁜데도 널리 확신되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설득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그 믿음을 밀어붙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믿음이 직관적으로 인식되기 쉽고, 이해되기 쉽기 때문이다. 가령, '지구가 둥글다'보다는 '지구가 평평하다'가 더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또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의견과 비슷한 의견이 정반대의 의견보다 더 쉽게 이해된다. 그래서 많은 생각과 추론을 통해 얻어야 하는 결과보다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의견에 동조하기 쉽다.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의 주장이 우리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이득과 관련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첫번째는 우리가 전문가의 의견에 더 쉽게 동조하는 것은 그들이 과거에 거둔 성과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과거의 성과가 나에게 또는 우리 사회에 이익을 제공했기에 향후에도 도움이 될 줄 것이라 생각되어 의견을 받아 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우리가 다수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잠재적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예전에 읽었던 '패거리 심리학'에서 사람들이 광신도 종교, 음모론에 빠지는 이유는 사회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소외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서이다. 마지막으로 주장을 받아들임으로써 직접적인 이익을 거두는 반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을때 위협이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북한에서 김정은을 왜 찬양하는지, 찬양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또 중국에서 시진핑에 반기를 든다면 어떻게 될지를 상상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또 70,80년대 고문에 굴복하여 허위자백을 하는 과정에서도 이익, 손실이 우리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다람 사람의 터무니 없는 의견에 동조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유혹하거나 선동하는 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선 선동가, 정치인, 광고인들이 우리에게 하는 헛소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알아야한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똑똑하게 생존하기"를 참고하면 좋겠다. 또 우리의 상식에 부합하는 이야기,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더라도 의심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익 또는 손실 회피를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동에 동조하는 것은 우리의 가치관 문제가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언젠가 나 또한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불신으로 인해 우리 삶은 더욱 힘들고 고달파질 것이다. 그러니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좋은 공동체를 만든데 동조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