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국내편이 총 10권에 해외편(일본 및 중국) 8권까지 대략 총 열여덟권 정도가 발간되었고, 최근에는 산사편, 제주편 특집까지 나와 선택의 폭이 아주 넓어졌다. (게다가 디자인도 획일적인 디자인을 탈피해 뭔가 색다름을 추구함으로써 소장가치까지도 높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그 많고 많은 시리즈물 중에 내가 유독 이 8권을 우선적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고 하니, 드문 경험이지만 내가 국내 여행으로 남한강 줄기로 여정을 다녀온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기억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늘 그렇든 유홍준 교수는 한곳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보다는 하나의 여정을 설계해 마치 독자가 유홍준 교수와 함께 글을 따라 여행을 하듯 구성을 하는데, 동 8권은 영월에서 시작해 단양, 제천, 충주, 원주, 여주를 거쳐 한강을 향해 이어지는 이야기다. 내가 간 곳들이 오버랩되면서 페이지를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여행의 즐거운 추억을 반추할 수 있었다. 남한강을 주제로 하는 답사기가 색달랐던 것은 문화유산은 지역과 연관되어 알게 되거나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경주는 불국사, 합천은 해인사, 이런 식으로. 지역명과 문화유산을 함께 말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강"과 연관되어 떠오르는 문화유산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인가 연관되는 일들이 생겨났다.
역시나 기억에 남는 것은 ‘단양 8경’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경치가 너무 수려하여 여덟 곳의 명지를 묶어 조상들이 특별히 별도의 이름을 붙인 걸 보니 그 아름다움은 이미 수세대를 거쳐 널리 인정을 받았으리라. 단양은 우리 본가 할아버지대 조상들이 터전으로 삼고 계셨던 곳으로, 해마다 두세 차례 부모님께서 성묘를 위해 선산이 있는 강릉과 함께 들르시는 곳으로, 나에게는 그저 성묘를 가는 곳일 뿐이고, 늘 고속도로를 벗어나 바로 선산이 있는 곳을 찍은 뒤 다녀오는 게 기본적인 루틴이었다. 하지만 언젠가 한번 성묘가 목적이 아닌 순수한 여행을 목적으로 그곳을 찾게 되었는데 몇 년 전 찾아간 단양 8경은 그래도 구조물이 자연에 어우러지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방문했을 때에는 너무 관광지화 또는 상품화되어 큰 아쉬움을 안겨주었다. 아울러 제대로 둘러보려고 마음을 먹고 둘러보니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잿빛 시멘트 공장이 눈에 띄어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럴 법한 것이 그 지역이 석회석이 풍부해서 온갖 시멘트 회사들이 공장을 차려 땅을 뚫고 산을 깎아서 자연을 훼손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아무래도 선조들이 꼽은 8경을 훼손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저자는 김삿갓면으로 명명되어 있는 지명도 상당히 아쉽다고 하였는데 나도 역시 마찬가지로 공감한다. 가끔 여행을 다니다 보면 유명한 캐릭터를 지명화하여 놓은 것이 보인다. 유래를 기억할 수 있는 좋은 점이 있으나 지역을 편협하게 정의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캐릭터는 친근함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격조를 떨어뜨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풍기에 가면 어찌나 인삼이 많으며 상주에 가면 사과 모양의 캐릭터가 어찌나 많은지. 응당 연결고리로서 문막휴게소만 알았지 홍법사 절 근처에 근사한 은행나무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가을에 좋다고 하니 내년에 기회가 닿으면 놀러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이번에는 특이하게 답사지 일정과 장소가 기록되어 있었다. 사실 여행을 좋아하시는 장인어른을 모시고 갈 때에는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 따라만 다녔는데 이번 기회에 이 루트대로 가면 아는 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뮤지엄산"이 답사장소에 포함되는 것도 반가웠다.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장소로 분류되었는데 여기서 보다니...
이 책의 일정대로 다녀온다면 여행이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싶다. 남한강은 강 줄기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도 좋다고 익히 들었다. 다음에 날 풀릴 때 자전거를 타고 한 번 가보고 싶다. 책장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가 나란히 꽂혀있다. 여행 코스 계획에 많은 도움을 주고, 그 동안 상상으로 답사를 함께 한 이 시리즈에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