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질서너머 인가? 질서는 탐구된 영역이고 우리가 적절하다고 여기는 행동으로 목표하는 결과를 얻을 때 우리는 질서의 영역 안에 존재한다. 우리가 그런 결과를 긍정적으로 여긴다는 것은 목표를 이룸으로써 욕망하는 것에 더 가까이 다가갔으며 세계에 관한 우리의 이론이 여전히 흡족할 정도로 정확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질서정연한 모든 상태는 비록 편하고 안전하긴 해도 나름의 결함이 있다. 세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관한 우리의 지식은 영원히 불완전하다. 우리 인간은 광대한 미지의 세계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고집스러우리 만치 맹목적인 데다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 끊임없이 예상 밖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면서 우리는 경솔하게도 모르는 모든 것을 고려 대상에서 제거해버리는 까닭에 그 질서는 곧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그런 시도가 도를 넘는 순간 전체주의가 고개를 내민다. 전체주의는 원칙상 완전한 통제가 불가능한 곳에서 완전한 통제를 이루려고 할 때 동력을 얻는다. 그러고는 쉼 없이 변하는 세계에 적응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모든 심리적 사회적 변화를 가차없이 제약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질서 너머 혼돈의 영역으로 나아갈 필요에 부딪힌다. 질서의 상태와 혼돈의 상태는 본래 어느쪽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이 책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어떻게 하면 과도한 혼돈의 결과를 바로잡을 수 있는지에 더 많은 비중을 뒀다. 갑자기 예상치 못한 변화에 부딪힐 때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 이 미지의 것을 신중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혼돈을 제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새로운 것과 접촉하지 않으면 정체되기 마련이다.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잡아끄는 본능, 곧 호기심이 없는 삶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든다. 새로운 것이 어느 정도 섞여들어도 참을 수 없이 흔들리고 불안정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흥분과 매혹과 격정을 부채질한다. 주변에서 우리가 통제하려는 것들이 엉뚱하게 흘러가는 것을 자주 보는 것처럼, 우리의 이해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한 발은 질서안에 놓고 다른 발로는 그 바깥쪽을 디뎌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 그 변경에서 아직 화해하거나 적응하지 못한 것들과 마주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안정을 유지하면서 두려움을 통제하고 배움을 계속할 수 만 있다면, 우리는 가장 깊은 의미를 탐구하고 발견할 힘을 얻는다. 의미란 단순한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어떤 것이며, 이를 향한 본능이 인생을 올바르게 이끌어준다. 의미를 따라가야 우리는 우리 너머에 있는 것에 압도되지 않고, 시대에 뒤처졌거나 너무 편협하거나 너무 과시적인 가치와 믿음 체계에 바보처럼 현혹되거나 지배당하지 않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임상심리학자로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의 법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첫 장 맨 앞 그림은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타로카드에 항상 들어가는 바보 카드이다. 바보가 하늘을 바라보고 산속을 거니는데 머리위에는 태양이 밝게 빛나고 그는 조심성없이 낭떠러지 아래로 막 떨어질 참이다. 바보는 기꺼이 초보자가 되어 배우려는 사람이다. 초보자는 참을성과 인내를 길러야 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충분한 존재이다 바보의 부족함은 그런 인간의 취약성으로 부터 나온 것이기도 하다. 위대한 것은 흔히 작고 무지하고 쓸모없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큰 업적을 이룬 사람이라 하더라도 더 큰 일을 이루고자 한다면 자신을 아직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신중하고 겸손하게 현재의 게임에 참여하고, 다음 행보에 필요한 지식, 자제심, 수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당면한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야 하고 그들은 권력이 아니라 능력에 마땅히 따라붙는 권위를 갖게 된다. 진정한 권위는 독단적인 권력 행사를 자제한다. 권위자는 자신이 통솔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하고 책임을 질 때 우리는 그 같은 자제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제도인 규칙을 배우고 따름으로써 다른 사회 구성원과 조화를 이루는 것도 필요하지만 규칙이 양심에 반할 때는 양심이 이끄는 판단, 통찰, 진리에 기대 진실을 말할 필요가 있다. 이 두가지가 조합된 능력이야 말로 '진정한 영웅'에게서 나타나는 완전한 인격의 특징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의 안전한 울타리를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 우리의 제도를 건강하고 활기차게 유지해야 한다. 세계의 안정성과 역동성은 바로 우리가 그 이중 능력을 얼마나 완벽하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기존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깍아내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