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목 그대로 원소의 이름이 지어지게 된 배경과 유래를 설명하는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신청한 이유는 원소 각각에 대해서 풀어냈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느껴졌기 때문인데 이 책은 원소 각각에 대해 풀어냈지만, 정말 제목 그대로 이름의 유래만을 설명하는 책이어서 읽으면서 점점 실망했고 흥미를 잃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었는데 지금 이 후기를 위해서 책을 다시 펼쳐야할 정도로 기억에 남는 내용들이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원소 각각의 방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너무 단편적이라는 느낌을 읽는 내내 지울 수 없었다.
지금 알려진 원소는 118종이지만, 고대 사람들은 만물이 흙, 물, 불, 공기의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있다고 믿었었다. 이 4 원소설에서 지금의 118종의 원소 발견으로 오기까지 많은 통념들을 거쳐왔고 이 통념들이 바뀌는데에는 라부아지에와 같이 주도적인 인물이 뒤에 있었다. 결국 "원소"라는 전형적인 과학적 탐구에도 한 인간 및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이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굉장히 아이러니했다.
라부아지에는 산소가 산을 만들고, 수소가 물을 만든다고 생각하였고, 지금의 산소와 수소라는 이름을 각각의 원소에 붙였다. 사실 산의 성질에서 핵심은 산소가 아닌 수소고, 수소에 산소가 결합하여 물을 만들기 때문에 둘의 이름은 사실 바뀌는 게 더 과학적인 탐구에 가까운 이름이다. 그럼에도 라부아지에라는 당시 저명한 인물에 의해 두 원소의 이름은 정해졌다는 것은 인이라는 물질이 발견된지 100년이 지나서야 원소라는 사실이 알려진게 전혀 이상하지 않게 느껴진다. 4 원소설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4 원소 외에 다른 원소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적 지식을 채우는 느낌을 받기 보다는 나열된 일련의 사실들을 읽으며 결국 관념을 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사회적 통념이라는 것이 얼마나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를 계속 느꼈다. 이 책의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책의 의도는 "원소는 어려운 게 아니야! 원소의 이름에는 고대 신화부터 라틴어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어!" 였겠지만 말이다.
나는 책을 읽고 나서 언제나 평가를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내린다.
첫째, 이 책을 다시 읽을 것인가. 둘째,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해줄 것인가. 셋째,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위 기준을 이 책에 적용해본다면, 첫째로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을 것 같지 않다. 너무 방대한 내용을 단편적으로만 주루룩 나열한 느낌이고, 이 책을 읽고 나서 기억에 남는 내용들이 없었다.
둘째,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해줄 것인가. 아니다. 화학에 관심이 아예 없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이 책을 읽을 것 같지 않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내용도 없다.
셋째,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설명하기 어렵다. 이 후기를 쓰기 위해 이 책을 다시 펼칠 정도인데, 설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릿속에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건 저자의 의도와는 거리가 먼, 사회적 통념이 과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아이러니 정도였다.
아쉬움이 가득한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산소나 수소같이 널리 알려진 원소 외에 비트리올, 안티모니와 같이 처음 들어보는 원소에 대해서도 다뤘다는 점은 신선했다. 또 목판화와 같은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원소의 이름에서 시작해서 과학의 역사를 훑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신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