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에게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이 무슨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라는 책을 선택하는 것이냐 질문을 받을 수 있는데 그 답을 하자면 하나는 개인적으로 미술에 대하여 관심이 많은 것과 또 다른 이유로는 딸애가 의학을 전공하여 현재 의사로 재직하고 있는데 과연 무엇을 배우고 직업으로 삼고 있나 궁금한 점이 있었는데 마침 그때 눈에 들어 온 책이 이책으로 명화로 읽는 인체의 서사라는 부제는 미술을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다고 봐서 흥미가 갔다.
저자는 서문에 '해부학 발전의 숨은 공로자는 예술가들이다.'라고 이야기 하며 이책을 시작한다. 그래서 이런책을 저술한 저자는 어떤 분인지 먼저 약력을 조사해 보았다. 계명대 의대를 졸업하고 해부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시고 해부학교수로 후진양성을 하시고 계신다 한다. 그리고 해부학 실습실에서 미술책을 펼치며 차가운 해부용 시신에 온기를 불어넣는 이야기를 만드는 해부학자로 소개되어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체를 해부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랬동안 금기로 현대의학은 이러한 금기를 깬 많은 이들로 인해 발달하였다고 한다. 의학역사에 가장 주요한 이정표를 세운 인물로 베살리우스를 소개하면서 과거에 손으로 하는 모든 의료행위를 이발사에게 맡기던 오랜관행을 깨고 자기 손으로 인체를 해부하여 관찰한 내용을 담아'인체의 구조에 관하여'라는 해부학 백과사전을 출간하였다고 하며 이렇게 정립된 해부학을 기반으로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소개한다. 그런데 베살리우스보다 먼저 실제 사람의 몸을 해부해 정확한 해부학 지식에 근접한 인물이 있다고 소개하는데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글자와 말로 얻는 배움보다 경험으로 습득한 지식을 더 가치있게 여겨 30구 넘는 시체를 해부하며 1800여 점의 해부도를 그렸는데 사람의 몸을 해부한 이유는 인체를 정확하게 그리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당시 교회법은 인체 해부를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 빈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밀히 해부를 진행했다고 하는데 시체가 내뿜는 악취와 참혹함이 상상이상이었을텐데 일주일 넘게 한구의 시체를 들여다보며 인체를 탐구했다고 한다. 저자는 다빈치가 관상동맥을 최초로 청확히 담았으며 시신경이 뇌와 연결된다는 것도 먼저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다 빈치와 함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많은 예술가들이 해부학 발전의 숨은 공로자라고 다시한번 강조한다. 신을 향하던 눈을 인간에게 돌린 르네상스시대 예술가들은 근육과 관절 등 인체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길 원했으며 미켈란젤로, 뒤러, 라파엘로 등은 직접 메스를 들기도 하였다고 하는데 이시기 예술가들은 당대의 어떤 의사들 보다 더 과학적인 시선으로 인체를 탐구 하였다고 한다.
저자는 인체를 해부하는 이유를 인간이라는 존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이며 '나'라는 존재를 아는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라 주장한다. 해부학은 의사라는 특정 전문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로병사를 거치는 모든 인간들에게 필요한 학문이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싶어서 미술작품을 이용하여 이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거장들의 캔버스 앞에서면 카데바를 마주한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하며 미술관에서 찾았던 인체 탐구자료를 열거를 하는데 다빈치의 '심장'스케치, 미켈란 젤로가 '아담의 창조'에 숨겨놓은 뇌 단면도, 보티첼리가 '봄'에 그려놓은 허파, 다비드가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에 묘사한 두렁정맥, 베르메르가 '우유따르는 여인'에 그린 위팔노근 등등 알기도 힘든 용어로 설명한다. 사실 저도 이 그림들을 보았는데 의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전혀 보지 못했던 것이기도 하지만 이렇듯 직업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다를 수도 있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이책은 목차만 해도 보통과는 참 특이합니다. Chapter 1 이 해부학으로 푸는 그림속 미스터리, Chapter2 가 명화에서 찾은 인체지도, Chapter3 가 인체에 이름으로 남은 이야기들의 세 부분으로 저자는 해부용어들이 신화 속 인물 혹은 닮은 꼴 대상에게서 이름을 빌려온 것이 많고 신화, 종교, 역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미술 작품은 해부학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는 훌륭한 교재라고 주장한다. 저는 마지막으로 전 세계 미술관을 여행하며 인체를 탐험할 기회를 준 저자에게 감사하며 딸아이가 6년동안 힘든여정을 해왔구나 하는 것을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뜻 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