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끌리지 않은 아내인 혜영과 결혼하고 그녀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아내는 지극히 평범하고 튀지가 않았다. 처년 시절부터 하는 아르바이트로 가계에 보템을 주고 책을 읽기를 좋아하고 자기 방에만 있다가 식사 때만 나와 밥을 차려주는 아내였다. 남다른 면이 있다면 브래지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 5년차이고 집도 분양받아 아이를 갖는 것을 생각했다. 지난 2월 어느 새벽 아내가 잠옷 바람으로 부엌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할 때까지 남편은 아내의 생활이 조금이라도 달라질수 있으리라고 상상한 적이 없었다.
아내는 새벽 4시에 냉장고 문을 계속보고 있었다. 꿈을 꾸었다고 했다. 숲을 헤치고 헛간에 들어 섰는데 고깃 덩어리들이 매달려 있었고 끝도 없을 것 같은 그 곳을 빠져 나왔을 때 온 몸에 입술에 피가 묻어 있었다고 한다. 아내는 이후 채식을 시작했다. 이런 아내는 채식 때문이 아니라 꿈 때문에 점점 말라갔다.
아내 때문에 속상해 장모, 처형에게 전화해서 아내가 육식을 안하고 있고 많이 말랐다고 하니 두 분이 아내에게 전화를 했으나 설득이 되지 않았다. 처형이 평수를 늘려 이사해 6월에 있는 장모의 생일을 처형집에서 하기로 한다. 그러던 중 때이른 무더위로 서울이 더울 때 집에 도착하니 아내가 윗옷을 안 입고 감자를 까고 있었다. 더워서 그런다고 한다.
처형 집에서 가족이 모였을 때 밥과 침치만을 먹고 있는 아내에게 장인은 호통을 치고 처형이 야무지게 나무랬다. 계속 고기를 먹으라는 가족에게 영혜는 젓가락을 내려 놓으며 "저는 고기 안 먹어요"라고 답한다. 아버지는 애처로워 몸이라도 상하면 안되지 않냐며 먹으리 하는데 먹지 않자 손찌검을 한다. 이번에는 억지로 먹이려 하는데 그래도 먹지 않자 또 뺨을 때렸다. 아버지는 억지로 탕수육을 아내의 입에 넣었으나 곧 밷고 교자상에 놓여 있던 과도를 집어 들어 손목을 그었다. 동서가 칼을 뺏고 지혈하였으며 곧 응급실로 대리고 갔다.
아내는 엄마가 기지고 온 흑염소 즙을 먹고 토한다. 엄마는 한약이라 말했으나 영혜는 아니라는 것을 안 것이다. 남편이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내가 없어 밖에 나가 보니 분수대 옆 벤치에서 윗옷을 벗고 오른손에는 동박새가 쥐어져 있었다. 깃 털은 군대군대 떨어져 나갔고 포식자에게 뜯긴 듯한 거친 이빨 자국 아래로 붉은 혈흔이 선명하게 번져 있었다.
동서는 예술가로 삶의 능력이 있는 아내를 얻어 작업에만 몰두하는, 아내를 사랑해서 결혼 한 것 같은 확신이 없는 사람으로, K그룹이 제공한 본사 건물 지하 2층의 8평의 공간에서 4명의 비디오 작가들이 컴퓨터 하나씩을 붙잡고 작업을 한다. 고가의 장비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어 감지덕지다. 기업의 메세나 운동의 일환 덕분이다. 십여년간 비디오 작업을 해 오고 있으나 마지막 작품을 완성해 테이프에 저장한 것은 벌써 2년전의 일이다. 그가 해왔던 작업은 다분히 현실적인 것이었으나 자난 겨울 관능적인 이미지가 떠올랐다. 아내가 처제가 20살까지 몽고반점이 있었다며 지금도 있을거라하는 말에 벌거벗은 남녀가 온몸을 꽃으로 칠하고 교합하는 장면은 불가해 할 만큼 정확히고 뚜렷한 인과관계로 묶여 그의 머리에 각인 되었다. 그의 스케치 속의 여자는 얼굴이 없었으나 처제였고 남자도 얼굴이 없었으나 그였다. 30대 중반 넘어 처음 느끼는 대상이 뚜렷한 성욕을 느껐다.
아내가 한 처제의 몽고반점 이야기후 그는 처제를 달리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전에는 그는 조금도 처제에게 딴 마음을 품은 적이 없었다. 이혼을 하기로 한 처제에게 부탁해 모델이 되게 하였다. 친구의 작업실에서 처제의 몸과 같이 작업하는 J의 몸에 꽃을 그리고 작업을 하였으나 J의 거절로 교합까지는 가지 못했다. 그러나 처제는 J의 꽃 때문에 강한 성욕을 느꼈고 그는 그가 몸에 꽃을 그리면 자기와 섹스를 할 수 있느냐 물은 뒤 옛 여인에게 부탁해 그림을 그리고 처제를 찾아가 드디어 꽃들이 만나는 교합 장면을 비디오에 담는다. 그는 짐승 소리를 내며 성교를 했다. 그러나 오후 1시가 되어 잠에서 깨어 났는데 아내가 그 방에 와 있던 것이다. 동생이 걱정되어 반찬을 만들어 온 것이다.
아내의 신고로 동생인 영혜와 남편은 정신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남편은 정상으로 판명되고 유치장에 구금 되었다가 수개월의 소송과 지루한 구명운동 끝에 풀려 났으나 잠적해 다시는 나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영혜는 지난 3월 비오는 날 탈출 후 다시 병동으로 대려 온 후 증세가 급격히 악화 되었다. 의사는 신경성 거식증의 경우 십오에서 이십 퍼센트가 기아로 사망한다고 했다. 영혜는 나무들이 거꾸로 서 있다며 자기도 물그나무를 서고 물을 맞아야 한다며 음식은 이제 안 먹어도 된다 한다. 말을 더이상 하지 않기 전 면회에서 언니는 영혜가 죽으려 한다는 것을 지금에야 알았다. 언니도 2년 4개월 전 봄에 자살하기 위해 뒷산으로 올랐다가 내려온 적이 있다.영혜가 음식을 섭취하기를 거부하자 강제로 코를 통해 미음을 넣다 피를 토하자 언니는 병실로 뛰어들어 울며 동생을 안으며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다. 동생을 대리고 큰 병원으로 이동하는 구급차 안에서 언니는 동생 영혜에게 "이것은 꿈인지도 몰라.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라며 말하며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