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인지 아닌지 진단하는 기준으로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는 인지기능 검사가 있는데, "하세가와 치매척도"이다. 이것을 개발한 정신과의사 하세가와가 본인이 치매를 겪으며 의사로서 자신이 치매환자를 상담하면서 느꼈던 치매환자에 대한 생각과 본인이 치매를 겪으며 환자의 입장이되어 보게된 세상에 대해 담담하게 느낌을 서술하고 있다. 치매는 누구나 마주하는 문제이기때문에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치매의 대표적인 유형에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형 치매, 저두측두형 치매 등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경우 가장 먼저 시간을 가늠할 수 없게 되고 그 다음에는 장소를 알 수 없게 되며 마지막으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치매라고 하면 주로 의료와 간병에 촛점을 두고 생각하게 되는데 작가는 주거 안정이나 교통수단, 일과 삶에서 보람찾기, 금전 관리와 재산보호, 인권 옹호 등 치매와 관련해 마련해야 할 사회적 대비책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고 말한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치매인구 증가와 이에 따른 사회적 대응책을 실시해 왔지만 저자가 느끼는 사회적 대비는 아직 미흡하다.
장수하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치매인구가 늘어나는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작가는 많은 사람이 치매에 관해 올바른 지식을 갖기를 바란다. 치매환자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단정짓고 방치하지 말기를. 그리고 치매 당사자를 빼고 결정하지 않기를 바란다.무엇을 해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이해하고 일상생활에서 주위사람들이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란다. 보통 치매 당사자와 대화할 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 마음대로 상대의 말을 자르거나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지레 외면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상당히 결례이다. 치매에 걸린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주고 들어준다는 건 기다려 주는 것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시간을 내어 주는 일이다."라는 작가의 말은 가슴에 와 닿는다. 이런 의사소통 방식을 명심한다면 상대의 치매증상이 진행되어 전혀 말을 하지 못하거나 표정을 읽어내기 어려울 때도 그 사람과 서로 '마음은 이어져 있다'고 믿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치매는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조목하고 있는 과제다. 그리고 각 국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에는 공통점이 많다. 간병할 인재의 확보나 돌봄의 질 향상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증가하는 의료비와 간병비는 어떻게 충당할까. 발증과 진행의 메커니즘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치료와 예방은 어떻게 시행해야 할까 등이다. 이렇듯 풀어야 할 과제가 무척이나 많은데 어느 나라든 현재로서는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정책을 세우고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정책에는 치매에 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바로잡고 사회의 의식 변혁을 촉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치매환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다.
반세가 가량 치매환자를 돌보면 치매에 대해 연구했던 저자가 치매에 걸린다면 그 느낌은 어떨가? 저자는 처음 당황했지만 이또한 늙어가는 과정에서의 자연스런 현상이고 죽을을 담담히 맞이하는 과정에 한 부분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임으로써 치매가 무엇인지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자신이 치매에 걸린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그 후로도 치매 당사자와 가족들을 위한 치매 케어 강연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이 책에서 치매를 치료하던 의사 입장에서 치매 당사자가 되어 바라본 세상과 느낀 감정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치매는 이제 소설과 영화 속 이야기만도 아니고 남의 이야기도 아닌, 바로 내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부모님과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저자는 가족들에게 치매를 겪는 자신을 돌봄에 있어 이렇게 당부한다. "치매 당사자가 자꾸 기억을 하지 못하고 실수할 대 질책하거나 다그치지 말고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라고, 우라도 누구나 깜빡할 때가 있고 실수도 하며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할 때가 있지 않느냐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과 배여하는 말 한마디가 당사자의 치매 정도를 좌우하고 힘과 위로가 될 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이유까지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