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이면서 한편으로는 선망의 장소이기도 한 섬이다. 제주도는 국내여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또 섬이라 비행기를 타고 큰 맘을 먹지 않으면 가기 힘든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제주도는 나에게 항상 "환상의 섬", "미지의 섬" 느낌이 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여행 다니기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국내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태어난 곳이 경상도이고, 직장 때문에 옮겨온 곳이 서울인 탓에 자주 가지 못 했던 전라도 여행도 다녀보고, 충청도 여행도 다녔다. 국내에도 아름다운 곳도 많이 있고, 맛있는 음식들도 가봐야 할 유적지도 많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다녀오지 못한 장소가 제주도이다. 제주도로 여행객들이 너무 몰리면서 갈 기회를 엿보다가 주저하게 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제주도는 자주 다녀온 곳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가보고 싶은 곳이면서 뭔가 새로움이 가득할 것 같은 느낌이 있는 장소이다.
그런 제주도에 대한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니? 제목에서 이미 이 책은 50점은 확보한 셈이었다. 이책은 머릿글에서 유홍준 교수가 남겼듯이 "제주허씨"들을 위한 "제주학"안내서이다. 제주도에 대한 맛집, 즐길거리, 요즘 핫한 카페들만 즐비하게 늘어놓은 단순한 여행책이 아니라, 제주여행객들을 위한 조금 더 깊이 있는 안내서인 느낌이다. 맛집과 인스타 사진을 찍을 카페들에 대한 정보는 이미 인터넷에도 넘쳐난다. 이 책은 제주도를 제대로 이해하기 원하는 여행객,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 같은 느낌이다.
왜 이 곳을 여행지로 추천하는지, 왜 이 곳에 이런 것들이 생기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들을 읽다보면, 이미 다녀온 장소도 새롭게 느껴지고 아직 가보지 못했던 장소들에 대해서는 다녀오지 않았어도 이미 다녀온 느낌이 들게 잘 설명이 되어 있다. 정말 이미 다녀온 비자림 숲이나 한라산, 삼성혈과 같은 곳에 그런 이야기들이 얽혀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한라산은 두세번 다녀왔지만, 그곳에 산신단이 있었다니. 나는 왜 한번도 산신단을 보고 올 생각도 하지 못했을까? 이 책을 읽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다.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아직 낯선 곳, 제주도. 제주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로 이 책을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제 이 책에서 읽은 내용 중에서 아직 가보지 못 하였지만, 이 책을 통해 소개받고 다음 제주여행에서는 꼭 다녀와야지라고 표시해둔 "제주여행 버킷 리스트" 장소를 소개하는 것으로 소개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설문대할망의 장대한 대지예술 - 제주의 자연/다랑쉬 오름/용눈이 오름/김영갑 갤러리/아부오룸/오름나그네>
이 장소를 버킷리스트로 꼽은 이유는 효리네 민박을 통해 유명해진 제주의 오름을 제대로 다녀온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걷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제주에서는 걸어도 하나도 지겹지도 힘들지도 않을 것 같은 느낌에 오름 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는 강요배 작가의 말에 유홍준 교수는 한달음에 다랑쉬오름에 올랐다. 책에 실린 강요배 작가의 다랑쉬오름 그림을 보면 이국적인 느낌과 더불어 풀꽃들이 주는 연약함의 느낌이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 실제로 이런 모습을 다랑쉬오름에서 느낄 수 있을까?
제주에서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오름이고, 오름에서 말도 키우고 거기에 의지해 삶을 꾸렸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제주의 거신 설문대할망이 치마로 흙을 나르면서 한 줌씩 새어나온게 오뚝오뚝한 오름이 되었고, 그 중 너무 도드라진 오름을 주먹으로 툭 쳐서 누른게 굼부리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디즈니 만화 모아나에 나오는 티파티가 생각났다. 하와이에서도 그런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데 한국에도 설문대할망이 티파티 같은 신인가보다. 라며 혼자서 신기해하면서 읽은 기억이 난다. 제주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제주인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오름을 지금까지 제대로 제주인의 삶과 연관시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낮은 산이구나, 산굼부리는 억새가 유명하니 억새나 보러 가야지~ 라는 느낌이었달까? 이 책을 통해 이런식으로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제주와 새로운 제주에 대한 이야기들을 알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하겠다. 다음 제주 여행에는 오름을 두 발로 걸어보면서 설문대할망이 심통을 부린 흔적은 없는지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