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서의 저자는 내가 취준생 시절 한국사 강의 때 뵈었던 최태성 님이다. 최근에는 kbs 역사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는 등 공중파 tv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분인데, 평소 그 분의 역사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하여 본 서를 읽게 되었다. 이 분은 역사를 좀 더 쉽게 풀어주는 부분이 장점을 가지고 계신데, 특히 역사적 사실의 인과관계,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개인적 경험을 통해 설명해주고 있다. 본 서를 읽으면서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일반적으로 누구나 알거나 처음 들어보지만 중요한 역할을 했던 역사적 인물에 대해 일반적 견해와 달리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재해석 하는 부분이 특히나 좋았다. 그 중 몇가지 감명깊에 읽은 부분은 아래와 같다. 1. 신라 문무왕 때의 구진천. ‘쇠뇌’ 라는 무기를 만든 장인이다. 당나라와 연합시 1000보나 날아가는 석궁을 만들었는데 이는 나당 연합이 고구려, 백제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이를 인상깊게 본 당나라 고종이 구진천을 스카웃 하려 하였다. 구진천은 어쩔수 없이 끌려 가다시피 갔으나 끝끝내 무기 개발을 의도적으로 실패했다. 그는 무기를 만들 수 있었지만 신라의 나무가 아니라서 어렵다는 등 갖가지 핑계를 대고 거절하였다고 한다. 이는 오늘날 중국이 거액 연봉으로 우리나라 고급 인력을 유입하는 행태에 시사점을 준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개인의 일탈이나 그릇된 판단이라 할 수 없다.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데도 마다하는 것은 개인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구진천 같은 인물들에 대해서 나라에서 합당한 대우를 장려하고, 제도적 지원을 뒷받침 하는게 좋을 것이다. 2. 쿠텐베르크의 인쇄기.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는 ‘직지심체요절’ 이다. 그러나 쿠텐베르크는 금속활자를 이용하여 인쇄기를 발명하였다. 흔히들 우리는 서양의 것보다 동양의 것, 그 중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금속활자를 개발했음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저자는 쿠텐베르크가 최초로 금속활자를 개발하진 못했지만, 그의 인쇄기는 인쇄 역사 뿐 아니라 중세 유럽의 역사마저 바꾸었다는데 의의를 둔다. 그 인쇄기로 최초로 인쇄한 책이 성경이고, 대량으로 책으로 나오자 그동안의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지식이 누구에게나 전파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최초는 아니지만 기존의 지식을 융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창의융합형 인재’ 를 저자는 강조한다. 모름지기 최초의 발명 이라는 타이틀이 중요하긴 하나, 오늘날엔 이러한 지식을 좀 더 실용적으로 활용하고 인류의 편의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되는 것이 더 존중받는 것 같다. 아이폰은 기존의 삼성이나 모토로라의 기술보다 더 근원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지만, 기존의 기술을 좀 더 편리하게 쓰이도록 재창조 했던 것처럼 말이다. 3.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이다. 그는 삼한갑족으로 대단한 부를 가지고 있었으나 1910년 경술국치로 나라가 망하자 가족과 함께 압록강을 건넜다. 그는 국외에 독립운동 기지를 만들고 지금으로 치면 6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팔아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그러나 그의 재산은 3년만에 바닥이 나버렸고 선생과 그 가족또한 끼니를 걱정할 처지에 처했다. 그는 이렇게 힘든 환경에서도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훗날 1920년 빛나게 될 항일 무쟁 투쟁 활동의 기틀을 세웠다. 선생은 1932년 66세에 상하이에서 붙잡혀 모진 고민을 받다가 삶을 다했다. 이러한 선생의 일생을 보면서 일평생 우리는 젊음을 어떻게 살 것인지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떤 가치를 가지고 고민하며 살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유는 비록 이회영 선생처럼 일갱을 바쳐 희생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얻은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나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스스로 되볼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저자가 열거한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았다. 역사에서 반드시 쓸모를 찾을 필요는 없지만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오늘 날 우리가 어떤 가치와 태도로 삶을 영위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