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 책, 다케다 슌타로의 <처음 읽는 양자컴퓨터 이야기>는 앞으로 새로운 시장을 태동시키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혁신기술, ‘양자컴퓨터’에 대한 개인적인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선택한 책이다. 사실 양자컴퓨터는 근본이 되는 양자역학의 난해함 및 기술 자체에 대한 시장의 커다란 기대 때문에 언론이나 미디어 등에서 다뤄질 때 개발의 현주소나 응용방향 등이 실제 연구경향과는 다른 방식으로 또는 더욱 과장되어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국내에 몇 없는 양자컴퓨터 관련 대중서적으로, 특히 현재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양자컴퓨터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전공자가 양자컴퓨터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최대한 쉽게 썼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무튼, 그냥 대중과학서를 좋아하는 수준의 지식밖에 없는 문과생 입장에서는 그저 텍스트를 최대한 이해하기 위해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해보는 것으로 서평을 갈음하려 한다.
1. (일반 컴퓨터와 양자컴퓨터의 차이)
- 컴퓨터는 숫자 계산을 물리 현상으로 바꿔서 하는 도구로 현대의 컴퓨터는 0, 또는 1 두 가지의 숫자를 활용하여 나타내는 정보 단위, ‘비트’를 가지고 만든 정보 및 논리연산을 트랜지스터라는 전기 스위치를 활용하여 처리, 원하는 결과값을 도출해낸다. 현대의 컴퓨터는 NOT과 AND라는 매우 단순한 논리연산만을 가지고 수고스러운 계산을 사람이 할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르게 반복하여 처리한다.
- 이와 다르게 양자컴퓨터는 정보를 ‘0과 1의 중첩’이라는 양자 특유의 존재 방식(양자역학)을 바탕으로 한 ‘양자비트’를 정보 단위로 삼는다. 또한 일반적인 컴퓨터가 NOT/AND의 논리연산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다르게 양자비트는 양자 논리연산을 활용하여 중첩된 각 정보에 대해 중첩을 유지한 채로 동시에 실행할 수 있다. 다만 정보는 ‘0과 1의 중첩’ 상태로 존재하며, 결과를 읽을 때 - 즉 ‘측정’을 해야 할 때는 0과 1로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상태가 깨지고 0 또는 1로 확정된다.
- 중첩의 특성에 따라 양자컴퓨터는 대량의 패턴 정보를 병렬로 처리할 수 있지만, 마지막에 읽을 수 있는 결과는 결국 한 가지 패턴이라는 엄격한 제약이 존재한다. 또한 아직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지 않았고 계산 속도 자체가 얼마나 되었는지에 대한 일반론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의 컴퓨터보다 몇 배 이상 속도가 빨라진다는 식의 비교를 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풀 수 있는 문제의 범위는 지금의 컴퓨터와 공유하되 특정한 영역에서는 일반적인 컴퓨터보다 더 효율적인 계산, 즉 계산횟수 자체를 줄여서 빠른 속도로 답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조합 최적화 문제’로 ①대량의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어떤 조건을 만족하는 대상을 효율적으로 찾아내는 것(그로버 해법), ② 신소재 또는 신약 개발을 위한 최적의 원자 조합을 찾아내는 것(양자 화학 계산 해법), ③소인수분해(쇼어 해법), ④연립 1차 방정식 풀이 등을 꼽을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작동원리는 결국 미시세계의 특징, 양자는 입자이자 파동으로 어느 한 시점에 측정(간섭)하기 전까지는 입자 또는 파동이 중첩된 상태로 확률적으로 존재한다는(슈뢰딩거 방정식) 양자역학의 핵심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2. (양자컴퓨터 개발의 현주소)
- 2014년부터 양자컴퓨터는 시장과 벤처 모험자본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으면서 붐을 일으키기 시작했는데, 이는 2014년 구글이 양자컴퓨터 개발을 위하여 그 분야에서 가장 앞선 미국의 대학 연구팀을 통째로 사들인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2021년 현재까지도 그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 다만 양자컴퓨터로 고속화할 수 있는 계산으로 우리의 실생활에 바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실용적인 문제를 풀려면 못해도 100만에서 1억개 이상의 양자비트를 높은 정밀도로 조작해야 하는데, 현대의 양자컴퓨터의 양자비트 개수는 100개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양자비트의 수를 늘려나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참고로 2019년에 구글의 양자컴퓨터가 최첨단 슈퍼컴퓨터로 1만년이 걸리는 문제를 200초만에 풀었다고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이때 사용된 양자컴퓨터는 53개의 양자비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풀어낸 문제 또한 실용적으로 가치가 있는 계산은 아니었다).
- 또한 양자컴퓨터는 양자비트의 중첩 방식이 조금만 달라져도 쉽게 오류가 발생하며 중첩 방식이라는 연속적인 정보를 다루는 탓에 연산이 반복될수록 노이즈와 오류가 누적되는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만일 오류가 발생했을 때에도 계산 도중 오류의 발생 여부를 조사하기 어려워(오류를 찾기 위해 측정=간섭하는 순간 양자비트의 중첩이 깨져버린다) 일반적인 컴퓨터가 갖추고 있는, 오류가 발생했을 때 스스로 계산 오류를 찾아내 정정하는 기능을 아직 온전히 갖추지 못하였다(현재 개발 단계에서 양자컴퓨터의 오류비율의 손익분기점은 약 1%로, 계산의 정확도가 99%에 불과하다). 결국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양자비트의 수를 늘리는 것과 연산 정확도를 높이고 오류 정정이 가능한 단계에 이르는 것이 급선무인 셈이다.
- 이외에도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하드웨어의 개발이다. 양자컴퓨터는 대표적으로 초전도회로 방식, 이온 방식, 반도체 방식, 광 방식, 이렇게 4가지 방식으로 개발이 되는데, 어떤 방식이든 간에 예민하고 섬세한 양자를 조작하는 만큼 양자를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공간 – 큰 크기의 냉각기, 진공용기 등이 필수적이다. 지금 거의 모든 사람들의 집에 있는 컴퓨터가 멀지 않은 미래에 양자컴퓨터로 바뀔 것이라고 말하는 몇몇 사람들의 기대가 아직은 ‘설레발’로 느껴지는 이유이다.
- 아무튼 양자컴퓨터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기초지식을 쌓기 매우 좋은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