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작년 가을에 저자가 북미지역에서 발간한 내용을 번역하여 올해 9월 국내에서 선보인 책이다. 바츨라프 스밀은 빌 게이츠씨가 매우 좋아하는 저자로 그가 추천한 바츨라프 스밀의 책은 다섯 권이 넘는 것 같다. 국내 번역본은 별로 없었는데, 올해 가을에 나와서 서점에서 비교적 눈에 띄게 광고하길래 얼른 읽어보았다.
바츨라프 스밀의 책은 내용이 기술적으로 매우 상세하고 분량도 많아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만한 책은 아니라고 하는데, 이 책은 각 소주제별로 대여섯 쪽 밖에 기술되지 않아 읽기에 매우 편하다. 또한 그 소주제가 매우 구체적이고 신기한 것들이 많아 금방 다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관심사는 상당히 넓어서 저자는 7개 대주제 즉, 사람, 국가, 기계/설계/장치, 연료와 전기, 운송과 교통, 식량, 환경에 대해 71개 소주제별로 역사적,과학적 사실 및 저자의 촌평을 풀어낸다.
재미있던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7. 땀과 사냥의 관계 : 땀을 흘리는 데 인간보다 능숙한 동물은 없다. 우리는 땀을 흘리더라도 배출한 수분을 즉시 보충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일시적 탈수현상을 상당한 정도까지 견뎌낼 수 있다. 이런 이점이 복합된 결과 우리 조상들은 낮에 활동하는 온혈 포식자로서 독보적 존재가 되었다. 우리 인간은 가장 빠른 동물도, 가장 효율적인 동물도 아니었다. 그러나 땀을 흘리는 남다른 능력을 지닌 덕분에 가장 끈질긴 동물인 것은 확실하다.
10.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한가? : 행복과 자살 사이에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다. 행복과 자살이란 요인을 유럽 국가들에 적용하면 아무런 관계도 찾아낼 수가 없다. 북유럽과 부자를 제외할 때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일까? 여기에서 얻는 교훈은 명확하다. 당신의 조국이 상위 10개국에 속해 있지 않다면, 즉 당신이 북유럽이나 네덜란드, 스위스, 뉴질랜드, 캐나다에 살고 있지 않다면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하라!"라는 것이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ㅋㅋㅋ)
22. 어떻게 1880년대는 현대 세계를 만들었을까? : 1880년대는 경이로웠다. 1880년대에는 발한 억제제, 저렴한 인공조명, 신뢰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전자기장 이론 등 그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것들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었다. 그러나 요즘 일순간의 트위트와 페이스북의 쑥덕공론에 매몰된 사람들은 어느 시대 덕분에 그런 즐거움을 누리는지 거의 모를 것이다.
23. 왜 아직은 디젤엔진을 폐기할 때가 아닌가? : 디젤엔진은 한 세기 이상 사용되는 동안 출력과 효율성 모두 향상되었다. 요즘 선박용 디젤엔진의 출력은 81메가와트 이상이고 최고 순효율은 50퍼센트를 웃돈다. 약 40퍼센트인 가스터빈보다 더 높다. 디젤엔진은 여전히 우리 생활의 일부이다. 게다가 디젤엔진만큼 적정한 비용으로 또 효율적이고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세계경제를 계속 통합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아직 없다.
29. 무어의 저주. 왜 기술의 진보는 우리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가? : 현대문명이 가능하게 해 주는 반면 그 행동 범위를 제약하는 에너지와 물질 그리고 교통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느리지만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효율은 대체로 연간 1.5~3퍼센트 정도 높아지고 그에 따라 비용도 그 정도로 줄어든다. 따라서 마이크로 칩이 지배하는 세계 박에서의 혁신은 무어의 법칙을 따르지 않고 훨씬 더 느리게, 한 자릿수의 속도로 진행된다.
31. 혁신에 대한 현실적인 생각 : 인간에게는 많은 불합리한 편애성이 있다. 우리는 급진적이고 파격적인 혁신에 대해 생각하는 걸 좋아하면서 실질적인 혁신으로 공통된 문제거리를 바로 잡으려 하지는 않은다. 왜 우리는 하이퍼루프(일론 머스크가 제안한 캡슐형 초고속 열차)와 영생같은 환상을 머릿속에 그리면서도 항공기 탑승문제(앞쪽과 뒤쪽에서 탑승하면 병목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개선하려 하지 않는 것일까?
35. 풍력용 터빈은 어느 정도까지 커질 수 있을까? : 언제쯤 그런 풍력용 터빈 제작이 가능해질지 예측하려면,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언제쯤 우리는 플라스틱 복합제와 발사나무로 275미터의 날개를 제작할 수 있을까? 언제쯤 그런 날개를 운반해 지상에서 300미터 위에 떠 있는 기관실과 연결하는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을까? 언제쯤 그런 풍력용 터빈이 태풍을 견디고, 적어도 15년이나 20년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 내 생각에 금방은 아니다!
36. 태양광 발전의 느린 부상 : 2030년에도 태양전지가 생산하는 전기량은 10퍼센트에 불과할 것이다. 2030년이라면 뱅가드 1호에 탑재한 태양전지가 신호 송신기에 동력을 공급하기 시작한 지 약 70년이 지난 후이고, 광전 효과를 고체에서 처음 발견한 지 약 150년이 흐른 후이다. 요컨대 범세계적 차원에서 에너지 전환이 일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41. 느리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에너지 전환 :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은 이제 성숙한 단계에 올라선 산업이다. 따라서 새로운 발전설비가 계속 추가되며 전기공급의 탈탄소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의 적잖은 핵심요인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는 데다 그 부문을 신속하고 대대적으로 대신할 수 있는 비탄소계 대체재가 없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장거리 교통과 운송, 용광로에서 1차로 생산하는 10억톤 이상의 철, 40억톤 이상의 시멘트, 약 2억톤의 암모니아 합성과 약 3억톤의 플라스틱 합성, 실내 난방이 비탄소계 대체재를 찾기 힘든 부문에 속한다. 희망사항이 아니라 현실을 바탕으로 우리는 일차에너지의 전환 가능성에 접근해야 한다.
43. 엔진이 자전거보다 먼저 발명되었다!
50. 항공여행은 얼마나 안전한가? : 정말 피해야 하는 것은 조용한 병실이다. 병원에 입원하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노령층에서 병원 내 감염 위험이 증가한다. 따라서 계속 비행하고, 병원을 피하라! (ㅋㅋ)
60. 일본식 식사법 : 일본이 최장수국인 이유는 '전반적으로 절제된 음식소비'라는 말로 무척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69. 삼중창. 투명한 에너지 해법 : 삼중창 같은 단순한 단열방법으로도 에너지를 크게 절약할 수 있는데, 뚜렷한 효과가 없을 수도 있고 효과가 있더라도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불가사의한 에너지 전환 테크놀러지에 몽상가들이 돈을 쏟아붓고 싶어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70. 가정난방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 난방에 의한 탄소부담을 지속해서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택의 규모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그러면 냉방에 헛되이 낭비하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그렇게 하겠는가?
71. 탄소와의 전쟁 : 무엇보다 어려운 과제는 화석연료의 연소에 의존하지 않고 수십억 인구를 가난에서 끌어내는 것이다. 부유한 세계는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기 위해 수천억 톤의 화석연료를 예부터 사용해 왔다. 하지만 내가 현대 문명의 네 기둥이라 칭하는 것, 즉 암모니아, 강철, 시멘트, 플라스틱은 앞으로 수십년 내에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생산하는 데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신속히 대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탄소계 대체물은 현재로서는 없다...단기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일 만한 뚜렷한 가능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