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인간실격"은 1940년대 일본 데카당스 문학을 주도했던 다자이오사무의 소설로, 작가 다자이오사무는 고리대금업으로 돈을 벌어 중의원까지 지낸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며 중학교 때에는 전교 1등까지 하는 등 모범생이었지만 고등학교 진학후 허무주의와 염세주의에 빠져 퇴폐적 생활로 자퇴를 당하고 만화가로서 명성을 얻다가 네번의 자살시도가 있었고 집안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히는 등 불안한 생활을 지속하다 39살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다자이오사무의 본 작품은 그런 작가가 평생 동안 겪은 충격적인 사건들과 삶을 연결시켜 만든 허구화한 작품으로 어떤 면에서는 그가 죽음을 지향한 원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자기 해명을 한 자전적 소설이라 볼 수 있다.
본 소설은 화자인 내가 주인공인 요조의 세 편의 수기를 읽는 형식으로 주인공의 지나온 삶을 조명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세 편은 첫째, 요조의 어린시절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인간을 두려움과 회피의 대상으로 생각해 힘들어 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어 자칭 서비스(광대짓)을 하며 그런 자신의 내면을 속이며 그저 천진난만한 낙천가인 척 가장하면서 익살스럽고 약간 그저 별난 아이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서비스를 통해 인간에 대한 우울감과 긴장감을 숨기는 힘든 성장 시절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며 입학해 거쳐온 거친 삶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때는 어린 시절의 삶의 방식을 지속하면서 인간 공포를 이겨내며 생활하고 거기에서 다케이찌라는 친구를 만나 자신의 인간공포를 이겨내는 서비스의 본질이 탈로 나지만 요조 자신이 여자가 홀딱 반할 거라는 예언과 위대한 화가라 될거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어버지의 반대로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해 호리끼라는 친구를 만나 퇴폐적 생활을 알게되고 결국은 쓰네코라는 여자와 동반자살을 시도하다 퇴학을 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퇴학 후 시즈코라는 여자와 동거하면서 만화가로서 생계를 유지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담배가게 종업원인 요시코와 사랑해 결혼하면서 살게되지만 우연한 사건의 오해로 집에서 나와 약물과 알콜 중독으로 지내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인공인 요조는 소설의 제목 "인간실격" 자신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이 소설은 참으로 시종일관 음침하고 답답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을 이해할려는 노력과 소통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조가 하는 그 서비스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어쩜 현대의 인간소외를 극복하는 핵심 행동이라 여겨집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를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자아를 드러내지 못하고 깊숙히 숨기며 인간 군집으로 들어가죠. 자신의 움명을 자신이 결정할 수 있음에도 타인의 존재를 통해 자신을 인정받을 수 밖에 없는 슬픈 현실을 받아들이는 거죠. 우리는 모두 가슴 한켠에는 이런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한국 청년들도 이런 모습으로 자신을 숨기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사회의 일원으로 소속되기 위한 요소(취업난으로 인한 사회진입 어려움, 불안한 생활 환경 등)을 갖추지 못했으면서도 인간관계의 마음을 두기 위해 아닌척 하고 강한 척 행동합니다. 비난 받아야 하는 것은 세상인데 자신들도 주인공 요조처럼 들어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자신의 무기력함을 탓하는거 말입니다. 아울러 가족들은 주인공 요조의 부모님처럼 무관심하고 소통을 등한시하며 젊은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 모두들 자신의 마음을 타인이 알아줄 때 소통의 부재에서 생기는 무기력함과 허무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이 소설 인간실격은 너무 무거운 내용입니다. 그러나 작가가 추구했던 본질 즉, 인간을 두려워하면서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도록 하는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이해와 소통이 사라진 현실을 힘들어하는 우리 세대의 청년들이 허무주의에 물들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며 하나의 진정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 마련 말입니다. 요조의 부모님과 형제들의 정형화된 판단으로 인간 존재를 부정해 정신병원에 감금하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