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뒤를 보니 앞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 너무 오랫동안 읽은 탓일까?
'이기적 유전자'의 뒷편은 게임이론을 설명한다. 개미들과 수벌, 일벌, 여왕벌의 얘기도 흥미롭다. 요는 우리의 몸은 수십억년 이전부터 유전자의 풀에서 생성된 유전자의 지속을 위한 몸일 뿐이라는 설명.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Meme의 설명. 문화의 전승, 우리는 그렇게 살아 왔으니.
어릴때부터 품었던 은하철도999의 꿈을 여기서 털어놓는다. 영원한 생명을 찾아 은하철도999를 타고 떠나는 철이처럼, 할아버지, 엄마, 큰아버지, 큰엄마가 돌아가시고, 외활머니, 외삼촌 두 분, 고모님, 고모부, 작은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금까지도 나는 나의 영원한 생명의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나의 몸은 유전자의 지속과 확장을 위한 운반자일 뿐인데. 아직도 죽음을 생각하면 두렵다. 두려워 생각의 끈을 잡아당기고야 만다. 수많은 전쟁영화, 드라마에서 그렇게 많은 죽음을 보고도.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닌듯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을 것이다.
술에 취하고 잠든 다음날 깨어보면 머리가 노랗다. 나는 어제 그렇게 죽었다. 분명 술 마시던 기억밖에 없는데, 차를 탄 기억밖에 없는데 나는 이 아침에 이렇게 깨어 있다. 나는 그 동안을 죽었다. 내가 아침에 깨어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죽었던 게다. 그리 생각해보면 죽음이 그렇게 멀리만 있는 것은 아닌듯하다.
그래서 신을 믿는 것일까? 지은이도 신에 대한 믿음을 얘기했다. 우주의 신비를 보면서도 어쩔수 없이 믿을 수 밖에 없는 사후 세계. 나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은 인간의 마지막 보루.
여하튼 쉽지 않은 책이었다. 주석이 100페이지다. 외국 서적을 보면서 느끼는 한 가지. 참 주석이 길다. 논문을 보는듯하다. 물론 이런 책에서만 보이는 것인지도. 아니다. 전반적으로 서양서적은 주석이 길다. 우리나라 학자들이 쓴 책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2000자를 어떻게 메우나. 책의 한 부분을 베껴서 끝을 내려한다.
좋건 싫건 간에 이기적 유전자와 함께 내 생의 거의 절반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난다. 여러 해에 걸쳐 일곱 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새 책이 나올 때마다 출판사에서 판촉을 위한 강연투어를 보내주었다. 그때마다 어느 책이랄 것 없이 청중은 박수갈채를 보내고 또 재치 있는 질문을 던지면서 새로눙 책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연이 끝나면 청중들이 책을 사려고 길게 줄을 섰는데, 내게 서형해 달라고 내민 책은 어김없이 이기적 유전다였다. 물론 약간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다. 그들 중 몇몇은 새 책을 사기도 했다. 아내는 다른 사람ㄹ들은 아마도 새로운 저자를 발견한 기쁨에 자연스럽게 그 저자의 첫 책을 찾는 거라며 나을 위로햇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나면 그들은 확실히 내친김에 좋아하는 저자의 최신작까지 읽지 않겠는가?
이거적 유전자가 이제는 시의에 맞지 않은 필요 없는 책이라고 말하게 된다면 나는 마음이 그리 편치 못할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어떤 관점에서는 나는 이 책이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처음 이 책에 실렸던 설명의 상세한 내용은 많이 달라졌고, 예시로 들 사실도 갑자기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곧 언급하려는 한 가지를 제외하면, 내가 이 책에서 허겁지겁 빼 버렸으면 하는 것이나 변명하려는 것은 거의 없다. 리버풀대학교의 동물학과 교수였으며 1960년대에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나에게 강한 영향을 준 스승들 중 한 사람이었던 고 아서 케인은 1976년에 나온 이기적유전자를 그 사람이 젊었을 때 쓴 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이어의 언어와 진리와 논리에 대해 주석을 단 사람의 말을 인용했던 것이다. 나는 매우 기뻤다. 나는 아이어가 첫 번째 저서 내용의 대부분을 수정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나도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아이어처럼 책의 내용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는 게인의 날카로운 함축을 헤아릴 수 있었지만, 사실 섭섭할 것도 없었다.
1장.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2장. 자기 복제자, 3장. 불멸의 코일, 4장. 유전자 기계, 5장. 공격-안정성과 이기적 기계, 6장. 유전자의 행동방식, 7장. 가족계획, 8장. 세대 간의 전쟁, 9장. 암수의 전쟁, 10장. 내 등을 긁어주, 나는 네 등 위에 올라탈 테니, 11장. 밈-새로운 복제자, 12장.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한다, 13장, 유전자의 긴 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