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은 어리거나 혹은 젊었던 시절부터 가까이 있었거나, 가까이 두고 싶어했던 책이다.
그렇다고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해 봤다는 건 아니다.
젊은 시절에 많은 이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무위자연이라거나, 혹은 도가도 비상도라는 매우 철학적인 구절을 읊어대며 아는 척 해보려는 얄팍한 현학적 과시욕의 방편이었던거다.
나이를 조금 더 먹고 조금 더 생각하게 되니, 그 시절의 치기는 깊이 묻어두고 싶은 마음이 크게 생겼고, 또 다른 마음의 한편에는 치기와 현학적 과시욕은 지우고 처음 보듯이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에 도덕경을 번역하고 편역한 많은 책들 중에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나 홀로 읽는 도덕경"이라니.. 얼마나 적절한가. 나의 무지함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나 혼자 읽을 수 있다니..
그렇다고 혼자 읽어서 이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앞세운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쓴 이가 내노라 하는 도가 학자이니 그의 도움을 크게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굳세게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평이라니, 가당치 않다. 도덕경을 평할 수도 없고, 저자를 평할 능력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본 것들을 짧게 적어볼 뿐.
여태 보아왔던 도덕경은 모두 원문을 싣고, 그 다음에 통례적인 풀이를 달고 기존의 풀이와 저자의 견해가 다를 경우에 저자의 견해를 싣는 구성으로 되어 있었다.
이 책은 전반부를 노자의 생존 시기의 사회상을 설명하고 이들이 노자의 철학 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를, 노자의 생업이 무엇이었으며, 그것이 노자의 철학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 지를 풀어내고 있다.
또 도덕경의 전반에 걸쳐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내용에 대하여 쉽고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도덕경에 대한 전체적으로 이해를 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한 예를 들어보면, 저자는 "노자에게 자연은 무엇입니까?"라는 꼭지에서는 무위자연이라는 말을 두고 반 문명 혹은 반 인위적인 뜻으로 이해하지 않기를 말하고 있다. 인위적이고 확정적인 가치관을 배제하여야 한다는 노자의 철학을 반 문명 혹은 원시로의 회귀로 확대하고 과장해서 해석하지 말기를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풍조가 있는 것은 유교가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중심사상으로 지배해온 것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는데, 노자의 철학은 반 유교적이기에 문명의 책임자이던 유교의 대척점이라 보이는 노자의 사상에 "문명의 비판자" 혹은 "문명의 파괴자"라는 탈을 씌운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소시민이 보기에 소소한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다.
20세기와 21세기의 우리는 치열한 경쟁사회 혹은 생존사회를 살아오고 있는데, 유교적 도덕의 엄격함과 생존환경의 혹독함을 버티는 세월을 살고 있기에, 삶을 즐길 여력이 많지 않았으며, 그로 인하여 무위자연에 대하여 저자가 말하는 본래의 의미와 다른 해석을 내리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수천년전에 이 세상을 살았던 성인이 어떻게 현대인의 고뇌를 미리 알고서, 세상 어렵고 힘들게 살지 말고, 모든 것들을 흘러가는대로 맡겨두고, 세속의 잇속에 연연하지 말고 산처럼 물처럼 살라고 하셨으니.
배움이 깊은 이들의 말과 다르다 할지라도 참으로 위안이 되지 않겠는가 싶다.
재미있게 본 또 다른 꼭지는 "노자사상에서 물은 어떤 특성을 갖습니까?"라는 것인데, 저자는 "상선약수-가장 탁월함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 그래서 도에 가깝다"에서 물의 혁신을 주장한다.
물은 다투지 않기에 모두가 좋다고 하는 곳에 처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싫다고 하는 곳에 처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렇게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며, 경쟁을 하지 않기에 아무도 가지 않는 전혀 다른 길, 혁신의 씨앗이 남몰래 자라는 곳을 자신의 선택지로 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일면 공감할 수 있겠지만, 현 시대가 요구하는 바에 영합하는 확대 해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상선약수는 무위와 같은 의미로 보는 게 더 합당하지 않을까 싶다. 인공의 힘을 들여 시대의 흐름을 바꾸는 혁신보다는..
10여년 전 어느 때에 도덕경의 첫머리인 도가도 비가도, 명가명 비상명이라는 구절을 두고 몇몇 학자들이 치열하게 자기의 견해를 주장했던 때가 있었다.
이 책을 받아들고 그 시절이 생각났다. 어릴 때 남들 앞에서 아는 체 하려고 노장을 들먹였던 치기를 벗고 발가벗은 마음으로 무위자연을 공부해 볼 요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