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와인을 제대로 접하기 시작한 것은 약 5년전 영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던 시기였는데 마트에 다양한 유럽 와인들이 진열되어 있고 특히 연말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무렵에는 5병 구입시 할인 프로모션 등을 통해 한꺼번에 여러병씩 구입하여 집에 쟁여놓고 마시고는 했었다. 음식을 준비하기 귀찮은 날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간편 서양음식들을 먹을 때면 여지없이 와인 두세잔이 반주로 필요하곤 해서 집에 와인이 떨어지지 않도록 마트에 갈 때마다 신경쓰고는 했었다. 와인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생산지에 대한 설명 등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으나 막상 기회가 없던 차에 독서통신에 흥미있는 책 제목이 보여 선택하게 되었고 이 책을 읽으며 호기심에 대한 어느정도의 충족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필자가 시음해 본 여러 종류의 와인들에 대해 필자가 와인을 마시게 되었던 상황들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 와인별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보통 마트에서 만원 내외의 싼 하우스 와인만을 구입하는 나에게는 낯선 와인 이름들이지만 그래도 간접 경험을 해보면서 나중에 이 와인들을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게 된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한번 사서 마셔보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와인병을 개봉한 후 공기와 접촉하여 산화시키는 과정인 브리딩과 이렇게 만드는 행위인 디캔팅 정도는 주위에서 주워들어 알고 있었으나 각 와인별로 생산년도 이후 몇년 지난 시점부터 몇년간의 시음 적기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셀러트래커라는 사이트에 시음적기 정보가 나와있다는 것, 그리고 네이버 카페 와쌉(와인 싸게사는 사람들)에 기타 와인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많이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또한 와인샵에서 점원이 찾는 와인을 물어볼 때 대처하는 방법이나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 장터 할인가의 와인을 찾는 것, 와인서쳐 앱을 통해 평균 거래가격을 확인하고 사는 방법 등의 팁은 앞으로 와인 구매시 많이 써먹어 봐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주로 먹던 저가 와인은 바로 따서 마시기 좋게 만들어 바로 마시거나 10분에서 20분이면 브리딩이 충분하다는 것과 두시간이 넘어가면 맛이 꺾이고 산화가 너무 많아져서 신맛이 너무 세지게 된다는 것은 영국에서 와인을 자주 마셔본 경험으로 알고 있었으나 책에서 전문가의 설명으로 확인하는 과정은 내가 와인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는 과정이 되었다.
와인은 음식과의 궁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스페인 휴양지에서 마신 레드와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음식(또는 음식에 가미된 향신료)과의 조합으로 인해 엄청나게 지독한 맛과 향을 낸 경험과 집에서 레드와인을 마실 때 같이 먹던 치즈와의 어울리는 조합을 알고 있기에 안주에 대한 챕터는 나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와인 가격을 검색할 수 있는 와인서쳐 앱이 안주도 추천해준다는 사실은 매우 신선하기도 하였다. 주로 스테이크 정식에 같이 구워져 나오는 버섯도 좋은 와인 안주 중 하나인 것도 지나쳐간 사실이었으나 필자의 참송이 구이와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 조합 추천은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었다. 육류는 레드, 해산물은 화이트라는 단순한 도식 외 이러한 콜라보레이션도 있다는 사실, 이를 와인서쳐에서 추천하였다는 점을 통해 좀 더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비린내 나는 생선회와 오크통 숙성 와인의 조합은 생선회의 비린내를 증폭시킨다고 하는데 이는 화이트와인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은 회와 화이트와인이 무조건 옳은 조합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그러나 나는 주로 오크통에 숙성하지 않은 저렴한 화이트 와인을 마시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많은 실용적인 정보로 와인을 즐기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이 2만원대 최강 와인 1~5위 추천이었다. 실제로 나의 경험상도 영국에서 10파운드대, 한국에서 만원 내지 2만원 정도의 와인이 가장 합리적인 가격대이고 자주 접근할 수 있는 범위내에 있어서 여기서 추천하는 와인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1위를 차지한 문테스 알파 카베르네 쇼비뇽은 너무도 유명한 와인이자 쉽게 눈에 띄는 와인으로 이번 주말엔 오랜만에 몬테스 알파 한병 구입하여 앱에서 추천하는 음식을 만들어서 같이 맛보는 일상의 행복을 느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