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정말 미술이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이제야 미술이라는 것을 거품을 끼고 바라보지 않은 채 다가가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엔 아이들을 데리고 내가 미술관이라도 다녀오면 특별한 짓을 하는 사람 취급을 받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술관이 맛집을 찾듯 사람들에게 핫플레이스가 되고 그 안에서 누리는 시간들을 통해 삶에 지친 사람들은 위로를 받거나 쉼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이 책은 미술이 낯설지만 미술과 친해지고 싶은 우리들에게 말을 건네는 책이다. 미술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면 겁부터 내는 사람들에게 미술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는 점을 저자는 첫 쳅터에서 풀어낸다. 무엇을 미술이라고 부르는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미술작품인지, 그리고 미술을 감상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인지 우리와 소통하고자 한다.
첫 쳅터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미술에 무슨 쓸모가 있을까요?'라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 작가의 답이었다. 인생을 살아가며 그 인생의 동반자라고 여겼던 남편에게 제일 답답하고 숨이 막혔던 질문이었다. 그 어떤 것이든, 그것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하물며 아내요 자식에게도 그놈의 쓸모를 늘 따져 물었으니 그놈의 쓸모가 없는 것들은 다 살지 말아야 할 것 같은 마음으로 괴롭혔던 질문이 여기서도 나오니 내게는 당연히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미술을 전공한 나이지만 미술이나 작가들의 작품들이 그저 함께 좋거나 함께 슬프거나 함께 먹먹하거나 함께 애잔하거나 함께 웃거나 함께 우는 것이 다였던 나에게 미술의 쓸모를 얘기하니 눈이 더 반짝거려질 수 밖에 .
저자는 자신이 우울할 때 자신을 위로해준 것이 그림이었다고 말한다. 이어 미술은 창작하는 그 행위 자체가 자신의 삶에 약이 되었던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가 바로 미술을 포함한 많은 예술이 쓸모없음을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많은 사람들이, 하물며 가까운 가족마저도 우리의 쓸모를 논한다. 이처럼 슬프고 씁쓸하며 외롭게 만드는 말도 없다. 그런데 그 쓸모없음을 오히려 지향하는 것이 미술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도 돌아보면 그 쓸모없음을 가지고 껀껀히 달려드는 사람들을 향해 저항했던 시간들이 내 삶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는지도 모르겠다. 자꾸 비효율적인 것들은 버리고 싶어하고, 존재만으로도 쓸모 있는 인간임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무례하기 그지 없는 사람들의 말에 죽임을 당하는 이 세상이 과연 효율적인 세상인 건지. '네가 몸이 성하지 않으니 쓸모가 없어.'가 아니라 '너의 쓸모없는 부분에도 가치를 둘게.'라고 말해주는 것이 예술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어찌 예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어떤 의지하고 팠던, 혹은 평생을 다해 사랑하고 팠던 사람에게도 결국 쓸모있음과 쓸모없음으로 나뉜 존재로 여겨져 온 사람에게는 더더욱 예술보다도 못한 사람을 바라보느니 예술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음이 더 행복하고 따스하다. 그렇다. 미술은 나에게 이제 그렇다. 우리는 결국 나이가 들고, 아프고 점점 기력이 쇠잔해가고, 돈도 더 벌 수 없는 나약한 존재가 되어간다. 이 저자의 말처럼 결국 우리는 '쓸모없어짐'으로 향해 갈 텐데 그 쓸모없음의 가치를 인정하는 여유를 가진 것이 예술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 예술을 통해 효율과 성과가 아닌, 비효율적인 시간들을 통해 우리가 위로를 받고 안심하게 되는 세계를 가질 수 있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미술에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인가.
두 번째 쳅터에서는, 이런 생각을 가진 우리들에게 저자는 미술과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는지 5가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의 일상 속에 있다는 주제를 시작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미술관과 책들 속에서 접해갈 수 있도록 일상 곳곳에 존재하는 미술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그림을 좋아하지만 잘 알지 못한다는 위축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취향에 맞는 작가 한 명을 찾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미술과 친해지는 방법, 그렇게 취향은 또 다른 취향을 낳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전해나가는 미술과의 친밀감, 그런 후 자세히 작품을 보는 시선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이렇게 미술작품은 또 다른 세상을 보는 창문이며 다양한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다르게 바라보는 세상을 이해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차이를 인정하는 사람은 마음이 결코 가난해질 수 없다고 한 이 작가의 말을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다. 남의 삶을 기준으로 자신의 삶을 재단하지도 않고 수많은 작가의 시선을 풀어놓은 미술 작품은 어떤 힘든 상황이 와도 용기 있게 풀게도 해준다. 솔직하다. 위선적이지 않고 자신을 숨기지도 비겁하게 숨지도 않는다. 사랑한다고 하는 대상 뒤에서 그 대상을 음해 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자신을 진심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와 열등한 자신의 내면을 마주할 용기도, 드러낼 용기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이러한 용기 있는 사람 같은 것! 어떤 힘든 상황이 내게 닥쳐도 용기 있게 풀게 해주는, 가장 향기로운 무기라고 표현한 작가의 미술에 대한 비유가 내게도 참 적절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미술은, 예술은 그 무엇이든 찬란하고 아름다우며 위대한 것이리라. 우리의 삶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