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의 아파트 옆에 지어진 대단지 신축 아파트. 소위 '대장주'로 뜬 그곳에 동료 최부장이 이사를 왔다. 행색도 허름했고 낡은 승용차를 타는, 저 변변치 않은 녀석이 말이다. '자가는 무슨, 전세겠지.' 그러나 착각은 잠시.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 슬픈 예감이 한 번도 틀린 적 없다. 회사 후배 송과장 왈 "최부장 집은 자가"란다. 1년 새 3억원 오른 김부장 집보다 무려 6억원이나 비싸다. 아뿔싸.소설 주인공 김부장은 '꼰대'다. 외제차로 출근한 후배를 두고 '차를 사려면 먼저 상사에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냐?'라고 자문하고, 쇼핑몰을 열겠다는 아들에게 '장사꾼은 모두 사기꾼'이라며 대기업 입사를 강요한다. 중저가 핸드백 하나뿐인 아내와 달리, 300만원 명품을 일시불로 긁기도 한다. 투자에 일절 관심도 없었으면서 남들이 부동산으로 벌면 배가 아프다.꼰대' 김부장이 밉지만은 않다. 그는 이 시대 부장님들 평균치다. 김부장은 외적인 삶에 집중하지만 임원을 달지 못하면 결국 사라질 운명이다. 아니나 다를까. 예고 없이 문자는 오고, 김부장은 명예퇴직한다. 밀려난 그는 어설픈 욕심에 지하철에서 2㎞ 떨어진 신도시 상가를 덜컥 계약한다. 사기였다. 그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서울에 자가가 있고 대기업에서근무하고 있는 김 부장은 남의 시선을신경 쓰는 사람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차, 시계, 가방과 같은 물건들을 기웃거리고는 자신과 비교합니다. 남들보다 좋은 브랜드의 물건을 사용해야만 직성이 풀리고, 혹여 남이 자신보다 좋은 물건을 쓰면 그를 깎아내리기 바쁩니다.와이프가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을 보는 것은 혹여 남들이 복덕방 아줌마라고 수군댈까 봐지 말라고 하고, 아들이 인터넷을 통해 장사를 하는 것을 알면 남들이 자신을 무시할까 봐 자신처럼 대기업에 취직하라고 합니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한 번도 승진 누락이 되지 않은 자신을 믿기에 재테크는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방공장으로 발령받고 희망퇴직을 권장받습니다. 회사를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그는 이제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까 두려워지고 임원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재테크를 한 적도 없어 다른 수입원도 없습니다..과연 그의 은퇴 후 생활은 어떻게 될까요? 정대리는 자칭 욜로족입니다. 그와 그의 여자 친구는 명품쇼핑을 즐기며 쇼핑한 것들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랑하고 다른 팔로워들이 올린 게시물들과 비교합니다. 씀씀이가 큰 편이지만 자신은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원이기에 '내가 이 정도는 해야지?'같은 생각을 합니다. 안정적인 월급이 들어오기에 저축을 신경 쓰기보다는 당장의 즐거움을 쫓으며, 재테크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그는 잘 나가는 동창들에게 창피하지 않기 위해 BMW 같은 외제차를 사고, 200만 원이 훌쩍 넘는 명품 코트도 삽니다. 문제는 그와 그의 여자 친구가 결혼하면서 시작됩니다. 친구들처럼 한강이 보이는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그들이지만 쇼핑을 즐기느라 저축한 돈이 없어 급하게 대출을 끌어모아 어렵사리 자신들의 상상과는 다른 전셋집을 구하게 됩니다. 그래도 가전제품들을 좋은 것으로 채우면 혹여 바뀔까 봐 그들은 백화점을 찾아 3,000만 원에 가까운 제품들을 할부로 구매합니다. 그렇게 모든 돈을 끌어다 써서 집을 꾸미고 결혼을 했는데 전동 킥보드 사고로 부부가 크게 다치게 됩니다. 당연히 병원비도 없던 그는 아끼던 차까지 팔며 병원비를 충당하면서도 명품 코트를 구매하며 자신을 위로합니다. 그렇게 코트를 입고 집에 돌아와 보니 카드값 연체 안내문이 있었고 그는 신용불량자가 됩니다. 욜로족을 하는 정대리와 사회초년생의 권사원, 은퇴를 앞둔 김 부장과 변화 속에서 살아남은 최부장까지 모두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이들을 이름이 아닌 직급으로 나타내어 오히려 인물들에게 생동감을 불러 넣은 것 같아 좋았습니다. 보통 주식이나 부동산을 소개하는 책들을 보면 첫 장은 주식을 해야 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재테크를 소개해주는 것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기에 오히려 재테크를 강조하기보다는 재테크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을 비교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을 비교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강조하지는 않지만 재테크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을 비교하여 재테크의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고 신중해야만 한다는 것을 단순히 말로 전하는 것이 아닌 인물들이 겪는 사건들을 통해 보여주는 점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