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이자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장인 김난도 교수는 매해가 끝날 즈음이면 다음 해의 트렌드를 정리하여 책으로 발간한다. 김난도 교수는 2009년부터 오랜 시간 우리나라의 소비트렌드를 정리하여 왔으며, 알기 쉬운 단어로 트렌드를 제시 했기 때문에 이 책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트렌드 코리아 2022는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아 우리나라 경제 및 소비 회복의 탄력성을 호랑이와 고양이에 비유하였다. 과연 힘차게 포효하는 호랑이가 될 것인지, 아니면 고양이의 울음에 그치고 말지를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2022년 대한민국 키워드를 'TIGER OR CAT'이라고 제시하였다.
책의 내용은 크게 2021년 한국을 회고하는 부분과 2022년 트렌드 10가지를 소개하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미래를 아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과거의 예상이 어느 정도로 맞았고, 얼마나 빗나가는지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 작년에 제시했던 트렌드가 어느 정도로 적중했는지 분석하는 것이 이 책의 묘미인 것 같기도 하다.
김난도 교수는 2022년 대한민국 10가지 트렌드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나노사회'
나노사회는 공동체가 개인으로 파편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나노사회가 책의 첫 번째 키워드로 제시된 것은 추후 제시되는 다른 키워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2. '머니러시'
과거 큰 부를 꿈꾸고 금광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현상을 '골드 러시(gold rush)'라고 부른다. 이 골드러시에 빗대어 개인의 수입을 다변화 및 극대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머니러시라고 표현하였다. 이 부분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이와 같은 현상을 한국 사회의 속물화가 심해진다는 비판과 동시에 개인적 앙터프리너십을 키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분석한 것이었다.
3. '득템력'
돈만 있으면 누구든지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돈이 있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희소한 상품을 얻는 것이 소비자의 새로운 능력이 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라고 한다.
4. '러스틱 라이프'
도시생활에 지치고,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여행에 제한이 생기면서 소위 '오도이촌' 생활을 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라고 한다.
5. '헬시플레저'
과거 건강한 삶은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여겨졌으나, 건강관리에 젊은 세대의 관심이 많아진 지금 즐겁고 지속가능한 건강관리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6. '엑스틴 이즈 백'
요즘 사회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세대는 MZ 세대이지만, 소비의 규모 등을 보았을 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대는 X 세대이다. X 세대 중에서 십대처럼 트렌디한 소비를 이끄는 X 세대를 엑스틴이라고 표현하였다.
7. '바른생활 루틴이'
외부적인 통제가 사라진 상황에서도 본인의 루틴을 통하여 일상을 지키는 사람들을 '바른생활 루틴이'라고 제시하였다. 일상 속에서 안정감있는 삶을 영위하며 행복감을 추구하는 세태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8. '실재감테크'
코로나19로 인하여 비대면이 일상화된 지금,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완전한 실재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인 '실재감테크'가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고 제시하였다.
9. '라이크커머스'
이제는 소비의 유통과정이 본인과 유사한 소비자들의 SNS 상의 '좋아요(like)'에서 출발한다는 '라이크커머스'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상당히 공감되면서도 통찰력 있는 분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 '내러티브 자본'
이제는 단순히 상품이 아닌 본인만의 스토리(내러티브)가 하나의 자본이 될 수도 있다. 본인만의 스토리가 강점이 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그것을 자본이라 표현한 것이 상당히 인상깊었다.
학부 시절, 광고홍보학을 전공한 나는 소비자들의 트렌트를 한 발짝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함을 배웠다. 경쟁자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트렌드를 파악하여,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소구를 하는 것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라 배웠기 때문이다. 광고가 아닌 다른 업을 택한 현재, 트렌드는 조금 더 거시적인 의미에서 다가오기 시작한 것 같다. 학부 시절에도 이런 것을 알 수 있었다면 조금 더 알찬 대학생활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