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문명의 발전은 새로운 땅을 향한 여정이었다. 광개토대왕은 드넓은 만주로 향했고, 콜럼버스는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을 찾았으며, 암스트롱은 인류를 대표해 처음으로 달에 발을 내딛었다. 새로운 공간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과학의 발전은 가상세계를 창조해냈다. 이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에 누가 정복의 깃발을 꽂을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대중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이 2021년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면서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와 ‘세상’을 뜻하는 영어 ‘유니버스’가 합쳐진 말이다. 이 단어는 1992년 출간된 '스노 크래시'라는 SF 소설에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소개되었다. SF 소설에서 시작된 이 단어는 현실에서 기술로 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픽션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나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친숙해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은 이 가상세계를 체험해보지 못했다.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는 메타버스를 자세히 알아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메타버스가 단순히 가상현실이라는 일차원적인 개념을 넘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변화를 가져올지, 얼마나 큰 가치를 지녔는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가 혁명이었다면, 메타버스의 세상은 새로운 문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 소위 MZ 세대가 사회 주력 계층으로 올라가는데는 5년 정도가 남았으며, 이 ‘디지털 네이티브’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부터 기존의 세대와 차이가 있다. MZ 세대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나도 스마트폰은 친숙하지만 메타버스는 그리 친숙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하는 방식은 기성세대와 많은 차이가 있다. 가상세계가 친숙한, 나보다 조금 더 어린 세대의 의사소통 방식은 극명히 지금과 다를 것이고, 이는 새로운 언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명이 될 수 있어 보인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 유리한 세상이고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컴퓨터 코딩 언어를 배우고 공학자가 되어 관련 산업에 종사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미래의 모든 분야가 메타버스와 관련하여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내가 어떤 산업에 종사하든 또는 어떤 학문을 전공하든 메타버스의 본질을 알아야 접목을 하고 응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의 개인을 '아바타'라고 부른다. 아바타는 단순히 나를 대변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또 다른 나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 아바타 자체가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내가 원치 않는 사회적 피로감을 겪지 않을 수 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원하는 모습으로 원하는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가상세계는 물리적 한계를 초월시키고 우리 삶의 일부를 이곳으로 이주시켜 놓았다. 메타버스 속의 아바타를 통해 만들어 놓은 새로운 자아는 늘 새로운 자아를 추구하는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면에서 매력적이어 보인다.
지금까지 메타버스가 공간과 아바타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미래의 메타버스는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어 진화하고 있다. 저자는 메타버스가 이루는 세계관 자체가 현재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방대하다고 설명한다. 기술 발전의 속도와 종류를 다 이해하지도 못한 채 새로운 것들을 접해야 하는 상황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이 지점에서 경계해야 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FOMO가 있다.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어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인데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시대의 피할 수 없는 부작용 즉 또 다른 모습의 사회적 피로감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인 ‘제페토’가 최근 이슈가 되었다. 제페토는 단순히 게임을 위한 아바타를 만들어 플레이를 하는 공간이라 생각했지만 유명 브랜드나 연예 기획사와 제휴를 맺고, 명품을 팔거나 K-pop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었다. 이용자 수가 2억 명이 벌써 넘고 새로운 가치와 부가 창출되는 공간이 되었음을 증명해주었다. 메타버스 세상의 초입에 있는 나는 지금 신대륙을 향한 산타 마리아호의 선원일 수도, 달을 향하고 있는 아폴로 11호 속의 우주비행사일 수도 있다. 위대한 역사의 변곡점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이 깊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