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1919년에 간행된 서양의 현대문학으로 주인공인 싱클레어라는 소년이 통일성을 지닌 자아상과 그 자아상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면서 이 소녀를 통하여 점차 무의식 세계의 의미를 알아가게 되고, 자신의 내면에 길을 걷는다. 그리고 드디어 데미안의 어머니에게서 모든 통일의 상징을 보게 되고, 제1차 세계대전에 출전하여 부상을 당한 뒤 데미안과 오랜만에 재회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렸을 적 읽었던 데미안을 다시 읽으려니 묘해지면서 꼭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다시 읽기 전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데미안>은 어린 첫사랑을 잊지 못해 그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내용이라는 추상적인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읽어 본 <데미안>은 조금 더 심오하고 자아에 대한 고민이 많이 느껴지는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미안>은 어린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읽은, 접하기 쉬운 필독 도서이다.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렵다고 느껴지지도, 그렇다고 이해하기 쉽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그냥 무난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은 느낌은 복합적으로 어렵다는 표현을 사용해야 할 듯하다. 읽으면 읽을수록 배울 것이 많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담아내었지만, 아무리 많이 읽는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헤세의 그 문학을 이해하며 읽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성장해나가는 나에게 자아에 대한 방황을 하는 청소년기의 싱클레어는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싱클레어에게 왔던 가치관의 혼돈을 이끌어준 데미안과 같은 존재가 나에게도 존재하므로 나 또한 싱클레어와 같이 영혼이 발전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헤르만 헤세가 이 책을 쓴 시기는 우울증과 신경쇠약의 증세를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시기이다. 이 과정에서 헤세는 의식과 무의식을 탐구하였고, 바로 이 데미안에서 박사의 정신분석학이 미친 영향을 알 수 있다. 나는 여기서 ‘저렇게 우울증이 걸려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의식과 무의식을 탐구하여 책을 써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헤세가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첫걸음이었다.
<데미안>의 여러 인물은 한 사람 내면의 여러 성격을 그려낸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데미안은 싱클레어 내면의 깨달음의 목소리라는 지인의 의견을 들었을 때는 충격이 가시질 않았다. 한 번도 데미안이 싱클레어의 내면의 깨달음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그런 의도로 끈 것인지를 떠올리면서 책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시대적 위기와 막내의 중병. 아버지의 죽음, 아내의 정신병 등 가정적인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정신분석학의 수법을 빌려 자기 내면에 몰두함으로써 기성 가치관으로부터의 탈피를 시도한 작품이라고 한다. 원래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발표되었으나, 곧 평가의 문체 분석으로 작가가 헤르만 헤서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또한 아브락사스는 선과 악에 대한 이분법을 바라보는 헤르만 헤세의 관점이 함축적으로 나타나 있으며, 선과 악을 동시에 품은 아브락사스는 인간의 진정한 모습을 상징하고 그것을 동시에 포용할 때만 인간이 어리석음과 거짓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악을 얻음으로써 이제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자립한 성인이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가 추구하는 모습은 이 외에도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통해 알 수 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다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여러 번 읽다 보면 언젠가 이 <데미안>이라는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비록 여러 번 읽지는 못했지만 길지 않은 분량으로 누군가의 인생에는 크나큰 도움이 될 만한, 인생의 진리가 숨어져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작품을 세상 밖으로 꺼낸 헤세의 또 다른 작품들도 경험하고 싶어졌다. 어렸을 적 읽은 뒤 다시 한번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나 자신은 충분히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