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대표적인 예술의 영역이다. 수많은 이론들과 복잡하고 긴 미술사의 영역이 일반인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으로 느껴진다. 특히나 현대로 오면서 미술관에서 현대미술을 접하는 많은 관객들에게 이게 도대체 왜 그렇게 비싸고 유명한 건지 이해할 수 없는 궁금증을 만들어내면서 더욱 미술은 우리에게서 멀어져 버렸다. 그러나 미술은 또한 매우 실용적인 것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미술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지 안다면 그것이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글을 쓰는 것 만큼이나 사람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매우 원초적인 행위이다. 그렇기에 그림을 통한 심리치료 또는 아동이나 범죄자의 심리 상태파악 등 미술이 교육 목적을 비롯한 다양한 실용적인 요소로도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미술의 기능적인 부분, 그중에서도 작가의 심리적인 측면을 설명하면서 미술을 우리에게 가까운 곳으로 이끈다. 대놓고 미술사나 화풍 등을 이야기 하지 않고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의 인생사와 그의 심리상태를 먼저 설명하기에 조금은 쉽게 읽히고, 미술 작품을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을 매우 흥미있게 읽었다. 또한 흔히 알려져있는 작가들이 아닌 대중이 다가가기 힘든 북유럽의 화가들(피터 일스테드,칼 빌헤름 홀소에, 안나 앙케르 등)의 작품과 그들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지식을 넓힐 수 있어서 좋았다. 오히려 흔히 알려진 작가에 대해서는 그의 삶과 유명작품들의 의미를 알아서 선입견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러한 작가들의 경우에는 그들의 삶이나 작품을 접하기 때문에 그들의 그림을 통하여 심리를 분석해볼 수 있다는 저자의 주제가 더욱 잘 드러날 수 있는 것이 아니였나 라는 생각이 든다. 호퍼같은 경우도 대표적인 현대사회의 고독을 그린 작가로 유명한데, 그의 그림과 심리 등을 해설하면 도시의 한 장면을 찍은 듯한 이 흔해 보이는 그림이 왜 같은 주제의 사진과는 다른지, 왜 그들의 뒷모습이 그려졌는지, 왜 그들의 얼굴은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 지 등을 생각하며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다만 대학원에서 이미 미술사학을 공부한 나의 경우, 이 책은 대중적인 요소로 흥미를 유발하려고 했던 점들이 조금은 어수선하고(뜬금없이 나오는 BTS 비유 등은 매우 공감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미술사나 화풍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내용들이 있었다. 최소한 화가들의 등장 순서가 미술사적 시간순서나 흐름은 따라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아쉬움이 든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클로드 모네였다. 나도 모네를 좋아하고 그의 그림이 주는 아련한 느낌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인데,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속에서는 모네의 그림을 접할 때마다 이론적이 되었던 것 같다. 미술사학에서 크게 방점을 찍은 화가이기에 모네 하면 무조건 초기 인상파의 시작이 떠올랐고, 이 작품은 그의 작품 전기에 그려진 작품이라서 좀더 현실적이고, 이 작품은 그의 인생 후기에 그려졌기 때문에 좀 더 빛의 영향이 많이 들어간 특징이 있고 등등으로 생각하면서 접근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모네의 말을 빌려 이렇게 전한다. “모두들 내 작품을 논하고 이해하는 척한다. 마치 이해해야만 하는 것처럼...단순히 사랑하면 될 것을...” 이 말이 매우 와닿았다. 처음 유럽여행을 가서 오랑쥬리 미술관에서 모네의 수련 연작을 접했을 때의 그 감동. 모네의 수련 말만 들었고, 캘린더 그림에서나 봤던 그 수련을, 따뜻한 햇살이 비닐하우스처럼 스며드는 미술관에 앉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보고있자니 내가 수련을 보는 것인지, 그 많은 수련들이 가운데 앉아 있는 나를 보고있는 것인지 연못안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었다. 미술을 알지 못해도 인간이라면 받을 수 있는 미술이 주는 감동을 모네는 원했던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미술의 위안과 위대함에 이끌려 미술을 공부하게 되었음에도 어느 순간부터는 이론을 따지고, 화풍을 따지는 사람이 된 것에 대하여 반성하였다.
미술은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저자는 많은 시련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림으로 치유하고, 극복했던 화가들을 우리에게 소개시켜주면서 희망을 이야기 하고, 치유를 이야기 하는 것 같다. 가볍고 재미있게 잘 읽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