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가 여행하는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고, 작가가 출연했던 여행을 소재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좋아하던 터라 이 책에 손이 갔다.
작가에게 여행은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랜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것"이었다고 쓰고 있다.
뚜렷한 목적도 없이 여행이란 이름으로 일상을 뒤로하고 떠나길 반복했던 나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였을까? 여행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나에게 여행은 멈춤이었던 것 같다.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에도, 여행 중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곳의 낯설음과 설레임으로 일상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여행 중에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도 없고, 달성해야 할 의무도 없다. 마주한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새로운 공간속의 나 스스로에 집중하게 해주는 것이 여행인 것이다.
일상과 달리 여행은 끝이 있다. 얼마나 훌륭한 곳이든, 아무리 힘든 여정이든 여행에는 끝이 있고, 그 이후에는 돌아갈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그러한 이유 때문에 때로는 여행을 새로운 도전으로 가득 채우기도,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를 누릴 수도 있는것 같다. 무모한 도전을 했다가 실패를 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않고 시간을 보냈다 하더라도 그것은 여행의 끝에 함께 막을 내리므로, 스스로를 자책할 이유도, 후회할 이유도 없으며, 그래서 여행은 일상과 다른 새로운 경험으로 채울 수 있는 것 같다.
작가가 던지는 흥미로운 질문이 있다. "미래의 로봇들은 여행을 하게될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로봇은 멈추고 싶은 일상이 없고, 이를 다른 것으로 채우고 싶은 욕망도 없기 때문이다. 로봇이 인간의 영역에 깊숙하게 들어오고 있지만, 여행은 인간만의 것으로 존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