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관련 책들을 찾다가 저명한 신경과학자가 쓴 책인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이 눈에 띄었다.
뇌과학 분야는 궁금하기도 하면서 어렵기도 할 것 같아 쉽게 접근하게 되는 분야는 아니다.
하지만 책을 보면 작고 분량도 많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리사 펠드먼 배럿은 나는 들어본 적은 없지만 심리학 및 신경과학 분야의 혁신적인 연구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과학자 중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신경과학자라고 한다. 그러니 좀 더 믿음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되었다.
1/2강과 나머지 7강의 총 8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두에 가장 먼저 아주 짧은 진화학 수업으로 구성 되어있는 챕터는 뇌의 가장 중요한 일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은 벌레에서 진화하여 아주 아주 복잡해진 신체를 운영하는 것이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가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함으로써 가치 있는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해내도록 신체를
제어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뇌는 생각하고, 마음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온 나로서는 색다른 해석이었다.
1강에서는 뇌는 하나다, 삼위일체의 뇌는 버려라고 한다. 삼위일체로 진화적 구분이 있다는 것은 몰랐어도 인간이 좀 더 고등 동물에
속하기에 뇌는 무엇보다 고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란다.
그저 특정 환경에서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도록 돕는 특정 적응력을 갖춘 흥미로운 동물 한 종에 지나지 않으며
쥐나 도마뱀의 뇌보다 인간이 더 진화한 것이 아니라 다르게 진화한 것이라고 한다.
2강에서는 뇌는 '네트워크'라는 것을 얘기한다. 이 책 전체에서 가장 강조하는 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뇌는 하나의 신경망, 곧 네트워크다. 1,280억 개의 신경세포가 하나의 거대하고 유연한 구조로 연결된 네트워크.
뇌와 네트워크의 상호연결에 관해 더 많이 알아낼수록 우리의 뇌의 구조와 기능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3강에서는 어린 뇌는 스스로 세계와 연결한다는 주제로 '양육'이 필요한 본성을 지녔다고 말한다.
어린 뇌가 하는 4가지 중요한 조정과 가지치기의 예를 보자.
신체예산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주의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는 방식, 감각이 어떻게 발달하는가 이다.
이것들은 사회적 세계가 뇌 배선이라는 물리적 실재를 완전히 만들어 내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 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수 십년 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중요하다. 아이들의 뇌를 건강하고 온전하게 성장 시키기 위한 세계를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4강에서는 뇌는 당신의 거의 모든 행동을 예측한다고 말한다.
우리 뇌의 가장 중요한 일이 몸을 제어해 잘 살아있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한다.
뇌는 스스로 질문함으로써 기억으로부터 과거를 다시 만들어낸다.
'이와 비슷한 상황을 내가 마지막으로 겪었을 때, 내 몸이 지금과 비슷한 상태로 있었고 이 특정한 행위를 하려고 했을 때,
그 다음에 무엇을 보았나? 그 다음에 어떤 느낌이 들었던가? 이에 대한 대답이 당신의 경험이 된다.
아주 실제적인 의미에서 예측이란 뇌가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을 말한다. 뇌의 예측 과정은 선형적이지 않다.
과거를 바꾸는 것을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조금 수고를 들이면 앞으로 뇌가 예측하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
약간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고 새로운 활동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오늘 배우는 모든 것은 내일을 다르게 예측하도록 뇌에 씨를 뿌려줄 것이다.
오늘의 행동은 내일 뇌가 내놓을 예측이 되며, 그 예측들은 자동으로 당신이 앞으로 할 행동을 이끌어낸다.
따라서 당신에게는 새로운 방향으로 예측하는 뇌를 길러낼 자유가 있으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당신이 져야 한다.
5강에서는 당신의 뇌는 보이지 않게 다른 뇌와 함께 움직인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과 긴밀하고 힘이 되어주는 관계를 유지하면 더 오래 살고 신뢰하는 동료와 일 할 때 업무를 더 잘 수행하는 것들이다.
6강에서는 인간의 뇌는 다양한 종류의 마음을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7강에서 인간의 뇌는 현실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사회적 현실에 깊이 빠져있는 우리 뇌의 예측은 먹고 마시는
것을 인식하는 방법을 바꿔버린다. 창의성, 의사소통, 모방, 협력, 압축을 통해서.
책을 읽고나서 제목처럼 정말 뜻밖이다 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내가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믿는 것들이
과거에 배운 것만으로 이루어진 게 많은 듯 하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수많은 정보들을 흡수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들은 업데이트 하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특히 과학 같은 분야는 더 그럴 것 같다. 변화하는 세상만큼, 변화하는 뇌의 작용 만큼
새로운 것들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세를 가다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