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이문구의 "매월당 김시습"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은 “당대의 지성과 기개와 고절의 표상인 이른바 생육신으로서의 매월당의 모습보다
새롭고도 파격적인 의식과 주제와 방법을 제시한 문인으로서의 매월당, 선구적 저항시인으로서의 매월당,
그리고 그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에 주목하였다. 또한 매월당이 남긴 기행이나 야담을 통해 인물과 시대를
왜곡하는 일 없이 조선 초기의 혼란한 시대상과 그 속에서 한 지식인이 겪는 내면적 고뇌를 파고들었다.
이 책은 매월당이 사육신의 시신을 수습하고 길을 떠나는 부분에서 끝을 맺는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그 이후 매월당은 어떠하였을까 궁금하였지만 이 이상의 탐구심은 없었다.
마침 이번 독서통신 연수를 통해 이 책을 접하고 무언가에 이끌리 듯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매월당은 세상에 왕도정치가 더 이상 실현될 수 없음을 알았고 자신이 사육신과 같이
하지 못했기에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오직 한기지 길은 모순 가득한 현실을 떠나 끊임없이 고뇌하면서
평생 방랑과 은둔을 반복하여 방외인으로 사는 길이었을 것이다.
이런 매월당을 어루만져 주고 가슴에 맺힌 한을 삭혀 줄 수 있는 것은 강원도의 뼈어난 자연과
매월당과 뜻을 같이 한 은둔자 였을 것이다. 매월당은 조선시대 삼로를 통해 강원도를 유람하면서
풍광이 좋아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곳에서는 때로는 은거(김화, 오대산, 청평산 등)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로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자연을 의인화하여 자신을 다그치기도 하였다.
특히 오대산 오대를 유람하면 남긴 시나 행적을 보면 매월당은 오대산을 탐욕의 공간에서
멀리 떨어진 탈속의 공간으로 인식하였던 것 같다.
정리하면, 이 책은 유년기부터 오세동자로 이름을 알리던 매월당이 수양대군에 의해 단종이
왕권을 찬탈당하자 세상에 도를 실현할 수 없음을 깨닭고 강원도의 자연을 유람하고 시도 지으며
마음을 다스리다 마침내 도인같은 경지에 도달하는 모습을 여행지에서 남긴 시로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