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가 삶에 새롭게 눈뜨고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과감하게 뛰어들기까지, 7년간 영혼의 기록은 카스토르프 개인적 내면 기록이라기 보다는 19세기 끝 무렵의 퇴폐적 경향에서 빠져나와 생의 긍정을 모색하려고 몸부림치던 유럽 사회의 기록이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공감가는 서평의 일부분이다.
주인공은 폐병으로 요양중인 사촌을 방문하여 머무르는 동안 본인도 폐병에 걸리고 만다. '방문객'에서 '환자'로 신분이 바뀐 그는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요양원의 삶에 익숙해지면서 현실로부터 멀어진다. 요양원에는 인간의 모든 유형을 집약해 놓은 듯한 환자들이 존재하는데 그들은 그들만의 관습과 시간관념을 갖고 현실세계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간다. 한편 요양원에는 주인공을 둘러싸고 논쟁과 대립을 펼치는 '교육자'들도 여럿 등장하는데, 이들에 영향 받은 ㅈ인공의 명상이 이 작품 전반에 펼쳐진다.
토마스 만은 성실하게 자기 자신과 그 시대 상황에 대해서 글을 써왔기 때문에 그의 산문들은 자전적 요소가 매우 짙다고 하는데 '마의 산' 또한 토마스 만이 폐렴 증세로 다보스의 한 요양원에서 치료 중이던 아내를 방문해 3주를 보낸 체험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여러가지 중에서도 시간과 관련한 주인공의 생각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지루함의 현상에 대해 여러 그릇된 생각이 퍼져 있다. 생활의 내용이 흥미깊고 참신하면 시간은 빨리 흘러간다. 즉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짧아진다. 단조로움과 공허함은 시간의 걸음을 느리게 하고 방해한다고 일반적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인 경우에는 시간의 걸음에다 넓이, 무게, 부피를 더해주기 때문에 사건이 풍부한 세월은 바람에 불려 날아가는 것 같은 빈약하고 공허한 세월보다 훨씬 천천히 지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루하다'고 부르는 현상은, 사실은 오히려 생활의 단조로움 때문에 오는 시간의 병적인 단축으로, 많은 시간이 생활의 연속 때문에 많은 시간이 위축되고 만다는 사실을 뜻한다. 어느 하루나 똑같은 나날의 연속이라면, 그것을 모두 모아 둔 것도 하루와 같을 것이다. 날마다 똑같은 나날의 연속이라면, 가장 긴 일생도 아지랑이와 같은 일생처럼 느끼며,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 버리는 것이다..."
듣고보니 참으로 그러한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