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난 분기에 재미있게 읽은 유홍준 교수의 추사 김정희를 소개해 주신 분께서 읽는다고 하시기에 나도 따라 읽어보고자 선택했다. 국사에 관심이 없던 터라 김시습이라는 사람에 대해 금오신화의 저자라는 것 밖에 몰랐었는데, 이 책을 통해 김시습에 대해 관심이 생겨 이 사람이 단종의 복귀를 꾀하다 세조에게 걸려 죽임을 당한 사육신의 시신을 수습하고 매장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무식한 게 정규교육과정 탓인지, 아니면 독서를 멀리한 내 탓인지!
이 책 34쪽을 보면, 김시습에게 시를 짓는 행위는 매우 주요했다는 언급이 나온다. 기쁠 때나 슬플 때, 걱정이 생길 때나 화가 날 때 그는 시를 지음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얼르고 다스렸나보다. 이렇게 시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한 얘기를 20여년 전, 그리고 최근 들은 적이 있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던 20여년 전에는 많이 따르던 전도사님께서 구약성경의 시편 묵상을 추천하셨었는데, 그 이유는 각 시들을 통해 시의 저자가 처한 상황과 그 상황에서의 마음상태를 이해하게 되고, 더 나아가 그 시의 내용이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고, 그러면 내가 그 시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또 한 번은, 이 책을 소개해 주신 분께서 한시를 직접 쓰시고 중국어로 낭독하시면서 그 과정에서 마음의 다스림을 얻고 계시다는 것이었다. 이번 독서통신연수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매우 인상깊게 본 나로서 시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긴 기회이기도 했다.
만약 이 책에 만약 김시습의 삶 얘기가 더 많았고, 각 장 표지에 해당지역 지도표시 및 김시습 방문시기가 적혀 있었더라면 이 책은 최근 2년간 강원도 여러 지역을 여행했던 나에게 좀 더 흥미롭게 다가왔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