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여행을 할까?
20대 때, 아니 정확히는 미혼일 때의 여행의 이유를 되돌아보자면 젊은 직장인이었던 나에게 여행은 일로 부터 떠나있다는 이유가 하나, 그리고 당시 동경했던 현지 프렌치나 이탈리언을 맛볼 수 있다는게 둘, 그리고 예쁘고 독특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셋 이렇게 세가지 이유였던 것 같다. 정리하자면, 쉬면서 이국적인것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 일년간 모은 적금을 가지고 늘 유럽으로 가 일주일의 휴가를 보내곤 했다.
결혼 후, 아니 출산 후의 여행은 좀 달랐다.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일단 더이상 쉼이 아니다. 그리고 현지식을 거부하는 아이들 덕에 여행가서도 한식을 시켜먹기 일수라, 맛있는 현지식도 여행의 이유에서 제외되었다. 이국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는것은 여전히 가능하긴 한데, 이것 역시 주인공은 바뀌었다. 더이상 나의 독사진은 없다. 아이들의 독사진 또는 부모중 한명과의 사진만 카메라 가득하다. 그렇다면 내가 원래 추구하던 여행의 이유는 모두 충족하지 못하는데다가 극기훈련에 가까운 여행을 나는 왜 한번이라도 더 가보려고 할까? 이런 의문점에서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골라 읽었다.
책은 나에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유를 하게 해주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아 보자면 첫번째는 예전 귀족들에게 여행은 위험하고 불편한 것이라 하인들을 시켜 하게하였다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현재 내 상황이 그렇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상대적으로 집이 가장 안전하고 편하다. 비록 새로 배우는 것은 없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노바디로서의 여행가 썸바디로서의 여행에 대해 나온 부분이었다. 예전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부끄럽지만 나도 유럽이나 미국같은 선진국에 가서는 여행객이 아닌 현지인처럼 보이고자 노력했고, 동남아에서는 여행객임을 어필하고, 현지인으로 오인받으면 기분나빠했었던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림자를 판 사나이 부분도 이제껏 생각해보지 못한 철학적인 부분을 생각해보게 되어 매우 흥미로웠다.
김영하 작가의 다른 산문집들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한 책이어 매우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