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저자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어릴적 살았던 리스본을 열살된 딸과 함께 방문하며 느낀 소회를 글로 옮긴 것이다. 지금은 중년이 되어버린 '경선'이는 자신의 어릴적 나이와 비슷하게 큰 '딸'과 동행하며, 리스본에 본인과 부모님의 추억이 깃든 장소들을 다시 방문하며 그곳에서 함께했던 부모님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비워졌던 공간을 채워넣는 여정을 가지게 된다. 리스본만이 가지는 역사적, 지정학적, 문화적 특징과 아름다운 풍광과 장소의 의미들을 잔잔한 말투로 읊조리는 저자의 독백에 저자와 같은 공간을 여행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나 자신도 과거 외국에서 몇년간 가족들과 지낸 경험이 있던 터라, 우리 가족이 살아온 과정의 일부가 녹아있고 추억이 배어있는 공간들이 있는데, 다시 한번 방문하여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저자가 익숙하게 메뉴를 주문하고 가게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설명하듯 나 또한 내가 살았던 이국, 당시에는 낯설고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던 다소는 불편했던 남의 나라의 어색했던 공간과 이야기들이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상대적으로는 익숙하고 편안한 나의 추억의 일부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 훗날에 가족들과 아이들과 함께 다시 과거에 살았던 나라를 다시 방문하여 저자와 비슷한 과정을 겪어도 괜찮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또한 돌아가신 아버지와 저자와의 관계, 가족들의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듣다보면, 우리 가족의 상황과 과거 이야기들돋 비교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일방적으로 저자의 가족사를 듣고 생각을 듣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잔잔한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동시에 차분하게 내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