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바로 알기 위해, 우리는 역사를 읽는다. 결국 우리의 지금과 앞으로의 날들은 과거 역사의 또다른 변주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본성은 바뀌지 않지만, 문화는 발전하기 때문에 세상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역사는 수천년에 걸쳐 그러한 과정을 담아낸 위대한 이야기다.
세계사의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우리의 이야기, 우리 나라의 이야기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그것이 나의 삶과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장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사 중에서도 현대사는 시간적으로도 가까이 있다. 바로 내 아버지의 이야기이며, 아버지의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부모님들로부터 구전되는 이야기, 그분들이 몸소 체험했던 그 이야기들이 한국 현대사라는 책 속에 통사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때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역사적 사건들의 진실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책에 생생하게 기록돼 있는 수많은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연결고리를 정확히 이해하여 사건의 맥락을 알고, 진실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사람의 이야기이며, 그 속에는 민중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다. 권력 앞에서 민중은 얼마나 울고 갈등했는가! 때로 비굴하고 비참하게 꺽이었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다시 권력의 주인이 민중이라는 것을 역사에 각인시켜 왔는가!
노동자들의 삶이 왜 그리도 비참했는지, 민중들의 권리가 어떻게 회복되어 왔는지, 북한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우리 나라 주변의 강대국들이 어떤 동기로 우리와 협력하고 갈등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이 책이 맥을 잡는 정도로만 소개해 주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 속에, 내가 잊지 말아야 할 사건들, 그리고 더 깊이 알아야 할 인물들이 보석처럼 숨겨져 있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한국 현대사와 깊은 대화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