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유독 지치거나 답답하게 느껴질 때 자연스레 떠오르는 그런 생각들이 있다. 그 중 가장 보편적으로 다가오는 생각이 것은 바로 ‘여행 가고 싶다’아닐까.
2013년 11월 어느날 수능을 처음 치고 난 후 교실을 나와 교문으로 향하던 중 저 멀리 마음 졸이며 딸을 애타게 찾고 있는 아빠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왈칵 눈물이 나면서 아빠에게 달려갔고, 아빠에 울면서 안기며 처음 한 말이 ‘나 여행가고 싶어’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여행은 그런 존재다. 그 연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적지않은 값을 지불하면서까지 여행을 가는 이유는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얻고 치유 받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이 무료하고 힘들게 느껴질 때마다 여행이 구세주마냥 떠오르는 보편적인 현상 속에서 우리가 도대체 여행에서 무엇을 얻길래 여행을 갈구하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본 사람들은 극히 드물 것이다.
‘여행의 이유’는 우리가 여행을 그러한 존재로 느꼈던 이유들을 작가 본인의 다양한 경험들에 비추어 풀어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제까지 여행을 가고 싶었던, 그리고 여행으로부터 깊은 힐링을 얻었던 뚜렷한 경험들 속 뚜렷히 인식하지 못했던 모호한 이유들이 가지런히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는 점에서 작가에게 감사하다. 작가의 풍부한 여행 경험으로부터 우리가 여행에 대해 느꼈던 많은 감정들의 실마리가 이 책을 통해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게 느꼈던 개념은 바로 no body 와 somebody의 개념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는 가족, 친구, 직장 등 우리를 타인과 얽히게 하는 ‘인간관계’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 인간관계 속에서 우리는 딸, 이xx, 과동기, 대리 등으로서 somebody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가 무작정 연고가 없는 타지에 홀로 가게 된다면 그들에게 우리는 nobody가 된다. 새로운 지역에서 nobody로부터 벗어나서 원주민들에게 somebody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우리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심어주는 단계가 필연적이다. 또한 그 단계를 거쳐서 여행지에서 somebody가 될지의 여부는 본인이 결정할 수 있다.
우리가 여행을 가고 싶어지는 다양한 연유, 그리고 여행에서 일상 생활 속에서 얻을 수 없었던 것들을 얻을 수 있었던 배경들은 nobody와 somebody로 설명될 수 있다.
고3시절 수능에 가까워질수록 시험을 잘 쳐야 선생님, 부모님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있다는 압박감은 나로 하여금 somebody가 아닌 nobody가 되고 싶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본래 속한 사회에서 somebody로서의 역할에 무게를 느낄 때 nobody가 되고 싶을 때 여행을 가고 싶어진 것이다.
여행을 가서 nobody가 되면 온전히 나에 집중할 수 있다. 여행을 가면 나에 대해 더 잘알게되고 평소에는 도무지 풀리지 않았던 고민의 실타래도 문득 풀리게 되는 것도 내가 여행에 가면 잠시나마 노바디가 되어 나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