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의 삶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 물론 예전부터도 노후 대비ㅡ특히 금전적인 의미에서ㅡ에 대한 중요성은 거듭 강조되어 왔지만, 그보다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노후를 생각해보아야할 시대가 온 것이다. '백세시대'라는 말이 이제는 새로운 용어도 아니게 된 지 오래다. 예전 같으면 금전적인 풍요를 유지하는 한편으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어떻게 존엄하게 죽을지 준비하는 것이 노후의 삶이었을 테다. 하지만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은퇴 후에도 못 해도 40년은 더 살아야 한다. 죽을 준비를 하며 살아가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는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는 의미를 아주 잘 담아내고 있는 제목이다. 죽을 날을 받아두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런 삶이 아니라, 우리가 마치 유년기에 청년기를, 청년기에 장년기를 고민하듯 인생을 정성스럽게 가꾸고 살아내야한다. 하지만 그 모습이 당연히 인생의 전반부에 추구하는 모습과는 다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고민과 거기에 대한 이 귀여운 노부부의 지혜를 담담하게 담아냈다.
아끼는 물건, 좋은 물건은 더 잘 쓰고 짐은 덜어내기. 하나의 좋은 예다. 살아오면서 지난 경험과 추억으로 가꿔온 좋은 물건은 더 윤을 내고 의미 있게 쓰고 불필요한 것들은 덜어나가면서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하는 것이다. 여전히 기대되는 삶이면서도, 아주 어리거나 젊을 때는 미처 갖지 못했던 지혜들을 살뜰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인상적인 것은, 이것이 혼자만의 노후가 아니라 '부부'라는 공동체로서의 노후를 다루고 있다는 것. 혼자만의 삶도 그렇지만 같이 하는 부부의 삶도 아마 시간이 많이 지날 수록 구태해지고 서로 지나치게 익숙해져버리기 마련일 것이다. 자연스럽다. 아마도 처음 같은 설렘을 유지한다는 것은 오히려 억지에 가까울 테니까. 하지만 더 좋은 친구, 더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마치 삶에 경험이 쌓여 개인이 지혜로워지듯, 또 젊은 커플과 달리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커플에게는 그 커플만의 지혜와 조화가 있을 테니 말이다. 노부부가 알콩달콩 그들만의 즐거운 날을 꾸리며 마치 제2의 인생을 살듯 그려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이드는 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조금 덜어진다. '처음으로 나이 드는 것이 기대되기 시작했다!'니. 정말 근사한 말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