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식 사고방식과 관점은 현대 학문과 지식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술과 교육의 표준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크다. 하지만, 세계는 서양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서양식 사고방식과 관점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다 광범위하고 균형잡힌 세상에 대한 이해는 다른 분야 특히,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서 형성된 지혜와 관점을 통해 상호 보완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현대의 천문학이 서양적 관점이 주를 이루며, 이러한 교육을 받고 자란 천체물리학자가 동서양의 우주관에 대한 균형잡힌 서술을 시도하였다는 말에 이끌려 책을 선정하였다.
책은 크게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으며, 동서양 우주관의 시조라 할 수 있는 태호복희,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하여 천문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근세 르네상스 이전까지는 주로 동양의 우주관과 우리 나라의 천문지식을, 르네상스 이후에는 주로 서양의 천문학적 발전을 다루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론을 기반으로 하는 서양의 우주관은 물리적인 우주 구성을 주로 관심사로 하는 형이하학적 접근법으로 특히 근세 이후 천문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현대 천문학 또한 이러한 기반위에서 그 지평을 계속 넓혀 나가고 있다. 반면에, 태호복희의 음양오행론적 우주관은 세상의 물리적인 구성뿐 아니라 각각의 요소가 화학적으로 상생, 상극하며 진화하는 형이상학의 영역으로까지 확대함으로써 오히려 우주의 물질적 기반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동양적 우주관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부터 태극기의 원리, 우리 나라의 천문학 발전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 특히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대한 의의 등에 대한 새로은 지식은 나름 책을 선정하면서부터 알고자했던 바를 어느 정도 성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0장에 이르러 '개천혁명'의 개념까지 보다보면, 저자의 의욕이 너무 앞서 간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의 역사와 동서양 우주관의 기본적인 차이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점을 높게 평가하며, 독자들의 학문에 대한 욕구의 충족과 세상에 대한 조화로운 인식의 확장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