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스스로를 ‘민중의 당’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은 노동자 계급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로 민주당은 노동자를 위한 당이 아니라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당으로 변모하였다. 민주당은 소득불평등의 심화와 노동계급 중산층의 붕괴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능력주의에 빠져서 교육으로 증명되는 능력에 따른 불평등을 정당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소득불평등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한다. 민주당은 공화당을 1%를 위한 정당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최근의 민주당은 상위 10%를 위한 정당이 된 것이다.
민주당은 전문직 계급의 당으로 바뀌었으며, 전문직이 오늘날의 진보계급을 자처하고 있다. 진보주의는 노동자들의 철학이 아니라 전문직의 철학이 되었다. 전문직은 노동 문제와 소득불균형 문제에 무관심하다. 시민의 자유, 동성결혼 같은 사안에서는 진보적 입장을 보이지만 경제나 불평등 문제에서는 그렇지 않다. 민주당은 능력주의를 신봉한다.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을 독점한 계급으로서 전문직이 가지는 특권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교육의 수혜자로서 빌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는 능력주의 사회에 대한 믿음이다. 민주당 정권은 행정부를 최고 명문대 출신으로 채웠다. 두 사람은 모두 교육이 개인의 성공뿐 아니라 국가를 구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민주당 지도층은 가난한 사람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지 않고 그래서 전문경영인 같은 엘리트가 되지 못하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노동자가 아닌 지식인을 대변하면서 정치는 상하계층의 대결이 아니라 상층 엘리트간의 대결로 변모하였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부유층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식인의 대결이다. 이런 상황에서 좌우 갈등은 중층 및 하층민을 대변하지 않고, 상층 부유층과 지식인의 갈등이 된 것이다. 중하층민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갈등은 자신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진 자들끼리의 갈등일 뿐이다. 민주당이 이야기하는 교육의 문제, 기회의 문제 등은 일반 국민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뜬 구름 잡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리하여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자 계급은 힐러리 보다 공화당의 트럼프를 지지하게 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과 관련한 사회현상들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실망하고 박탈감을 느꼈을까? 한국당이라는 기득권 세력도 맘에 들지 않지만, 노동계급의 편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386세대 민주당도 비슷한 부류였구나라는 인식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도 좌우대결이 기득권과 지식인의 대결로 변모되어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따로 싸우고 있으며, 일반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 주는 정치세력은 하나도 없구나라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을까?
우리나라의 정치적 민주화는 어느 정도 성취되었다. 이제는 경제 민주화와 불평등 문제에 대하여 집중해야 할 시기이다. 그런데 정치세력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갈등하고 있다. 이제는 국민이 경제 민주화와 불평등에 집중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정치세력을 키워야 하고, 정치인들이 그 문제에 집중하도록 투표로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본 도서에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경제는 정치적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우리 입맛에 맞추어 경제라는 밥상을 차릴 수 있다" 이제 경제 민주화의 밥상을 차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