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책에도 나와 있듯이 우주론을 배우게 되면 사람이 겸손해지게 된다고 한다. 차라리 어떤 도덕책보다도 나를 겸손하게 만든 것은 바로 이 코스모스 책 한 권이었다.
상상하기 어려운 시간과 떠올리면 소름이 끼치는 공감각. 우주는 사람의 인지를 훨씬 뛰어넘는 코스모의 영역이다. 그런 가운데에 나는 정말 [창백한 푸른 점]시의 그저 지나가는 한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가끔 아둥바둥 거리거나, 걱정거리가 많아서 끙끙대거나 할때에 혹자는 음악을 듣는다던가, 따뜻한 차를 한 잔할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책 내용들을 떠올리곤 한다. 무지했던 인간이 점점 우주를 깨우쳐 가는 과정, 그리고 아직도 남아 있는 미지의 영역을 생각하면 그저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안다고 젠체하는 보잘 것 없는 먼지에 불가하구나 싶다.
뿐만 아니라 본 책에서는 우리가 우주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던 상식을 고쳐주기도 하고 역사적으로 어떻게 인류가 우주를 밝혀 나갔는지 굉장히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굉장히 어려운 책을 읽으시네요.'라고 말하곤 하였다. 그렇지 않다. 내게는 오히려 다른 과학교양 서적이라던가 인문사회, 철학 서적이 더 어렵게 느껴졌다. 과학의 대중화를 표방하였던 칼 세이건이, 그 목적에 부합한 책을 짓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였는지 또한 역자 역시 그러한 의도를 살리고자 얼마나 노력하였는지 알 수 있는 책이었다.
꼭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어 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어디에 어느 순간에 살고 있는지를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