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운명을 조각하고 운명은 삶을 조각한다. 책 <말은 운명의 조각칼이다(이민호 지음)>를 읽고
독자가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광고성 발언을 하면 법적으로 혹은 도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후기가 반드시 내적 성찰이어야 하고 가치 중립적일 필요가 있을까요? 다소 오만하게 비칠수도 있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그 만큼 필자에게 이 책은 참으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고 다른 이들에게 이 사실을 떠벌리며 '자랑'하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를 근거로 감히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스피치(말)를 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이 책 일독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습니다. 만약 이 책 저자의 개인적 스펙(태생, 학력, 지위 등)이 글로벌했다면 이 책은 충분히 유력 언론의 조명을 받았을 것이고 그에 힙입어 수많은 지면과 전파, SNS와 입소문에 실려 국제적 베스트 셀러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국내에서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그 무슨 황당한 주장이냐고 반문할수도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아직도 우리 사회는 '스피치'가 일상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교육이나 인식이 부족하고, 간혹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관련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언어적 장애가 있는 경우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저의 이런 주장은 그 책과 진하게 교감한 저의 판단이고, 일독을 하게되면 제가 왜 그런 주장을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그만입니다.
디지털 사회가 가속화 될수록 인간대 인간의 관계는 줄어 들고, 인간대 기계, 기계대 기계의 관계가 확대되며 인간이 점점 '위축되거나 왜소'해 지는 현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관계'를 지속하는 유일하지는 않지만 가장 중요한 수단이 바로 '언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직접적인 언어 소통대신 SNS 수단을 통해 문자나 이미지 대화가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리' 가 아닌 '활자'의 차이만 있을뿐 언어생활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상황에서 어떤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는냐 하는 것은 소통의 형식이나 수단을 불문하고 사적 혹은 비즈니스 관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가 천냥 빛을 갚는다'는 말이 그냥 생겼을리 없습니다.
이 책 <말은 운명의 조각칼이다>는 그 핵심요소에 접근하는 오솔길 같은 길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현재 스피치 강사로 활동중인 저자는 총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과 다양하고 재미있으며 설득력 있는 사례를 통해 말하기의 기본원칙부터 상대와 상생할 수 있는 소통방법까지 세심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왜 책 제목이 그러했는지, 그것이 단지 상술이 아닌 진정성 그 자체였다는 것을 조용하게 알려 줍니다. 자신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말은 상대에게 병을 치료하는 '약'이 될수도 생명을 위협하는 '칼'이 될수도 있으며, 그것이 그대로 자신에게 되돌아 오는 것이 '말의 힘이자 본질'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 책이었습니다. 최근에 악플에 시달리던 한 유명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사건을 접했습니다. 악플이 칼이 되어 한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것입니다. 말은 자신의 운명뿐만 아니고 타인의 운명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해야 하는 참 아픈 소식이었습니다. 이야기로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저자의 근거 있는 통찰(이야기의 어원이 바로 '귀로 먹는 약')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동시에 "나는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말을 할 것이다" 이 한 문장이 저의 다짐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