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표지와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려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책의 내용이나 주제도 모르고 선택한 이 책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허상 또는 국내 정치, 언론, 재벌 문제 등을 풍자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밖에었다. 최근에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러시아의 유라시아 제국을 위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문제를 전문적으로 엮은 책이었다.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단지 국제유가와 환율을 상승시키는 외부적 요인으로만 생각해 봤지, 이 전쟁이 왜 발발했는지에 대해서는 정작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 책은 러시아와 푸틴에 대한, 구 소련과 현재 러시아 사상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수 있게 해 주었으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 도전할 수 있는 독재자들의 가짜 뉴스를 설득력있게 통찰하게 해주었다.
소련연맹이 붕괴되고 난 후 러시아에 대해 나는 파시즘과 공산주의를 벗어나 푸틴이라는 독재자가 장기집권 중이지만, 유럽연합의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영토가 큰 국가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무서운 사상과 행동력을 지난 국가이다.
유럽에서 제2차 세계 대전의 시작점이 된 나치-소비에트 동맹은 1939년9월 나치 독일과 소련이 동시에 폴란드를 침략하였는데, 각자 폴란드 국가와 정치 계급을 무너뜨리는 것이 목표였다. 1940년 소련 비밀경찰은 러시아 공화국의 스몰렌스크 근처의 카틴숲에서 폴란드 전쟁포로 2만1892명을 살해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폴란드는 공산주의 체제이자 소련의 위성국이었기 때문에 카틴을 입에 올릴 수 없었으나, 소련이 붕괴되고 2010년 당시 러시아 총리 푸틴은 폴란드 총리에게 학살 사건 70주년인 그해 4월 카틴에서 공동 기념식을 하자고 제안하였다.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로 출발한 비행기는 2010년4월10일 활주로에 충돌하였으며, 생존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 사건은 러시아가 비행기를 격추시켰다거나 식의 소문이 돌았다. 진실은 알수 없다. 작가의 친구는 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비통한 분위기 속에 푸틴 총리가 이 기회를 빌려 스탈린주의 역사를 더욱 폭넓게 검토해 보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하였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않좋아졌다. 푸틴은 2012년 다시 대통령이 되었고 이 사고로 러시아와 폴란드는 고통을 겪은 모든 역사적 사건을 성찰하는 것을 멈춰버렸다. 2013년 러시아는 퇴행적이고 적대적이라는 비난과 함께 유럽연합에 등을 돌렸고,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과 가까워지자 2014년 러시아는 이 나라를 침공하여 영토 일부를 병합했다. 러시아는 역사와 진실을 왜곡했고 많은 사람을 죽였다. 우크라이나의 많은 사람들은 젊은이들의 미래와 조국을 지키기 위해 마이단 광장으로 쏟아져나왔지만 러시아는 영원의 정치를 주창하며 우크라이나를 위협했다.
러시아의 영원의 정치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위기를 꾸며 내고 그 결과로 생겨나는 감정을 조작하였다. 그들은 수십 년, 수 세기에 걸쳐 한 순간에서 다른 순간으로 건너뛰면서 무해와 위혐의 신화를 구축한다. 그들은 과거에서 위협의 순환을 상상하면서 인위적인 위기와 일상의 드라마를 만들어 냄으로써 현실에서 실감하는 상상된 패턴을 창조한다. 러시아 영원의 정치인들은 러시아는 순결하며, 완전하다는 자기애를 갖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순결한 러시아의 신체 일부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서구의 항구적인 공격에 맞선 영적인 방어라고 규정하였다.
결론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협정은 2014년 6월 조인되고, 2017년 발효되었다. 역사는 계속 진행되었다. 젊은이들이 미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는지, 아니면 미래를 진압하기 위해 탱크를 타고 도착하는지는 분명 차이가 있다. 많은 우크라이나 시민 사회가 스스로 방어를 하고 우크라이나 국가가 살아남은 이래 우크라이나 정치의 역사는 계속되었다. 우크라이나는 첫 번째 타격에 꺠지지 않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영원의 정치인들은 계속 와야 했다.
우크라이나에 침공하는 러시아의 사상과 일련의 역사적 사실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20세기 초반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독립운동가들이 국가의 독립을 위해 피를 흘려 운동한것처럼 지금 우크라이나 인들은 러시아의 말도안되는 정치사상의 희생자가 되어 피흘리며 국가를 지키고 있다. 역사가 곧 심판하겠지만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러시아의 잘못된 정치사상을 깊게 이해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