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복잡한 일이 생기면, 조용한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그 조용한 곳이 열에 아홉은 절인 경우가 많다. 한국인에게 절은 종교적인 공간이라기 보다는 익숙한, 휴식의 공간으로 다가온다는 생각이든다.
국민의 대다수가 불교를 믿는다는 나라에 갔을 때 사원의 느낌은 우리나라 조용한 절의 느낌과 많이 달라서 놀랐던 경험이 있다. 그 뒤로 우리나라의 절, 특히 꼭 산 속 깊이 위치해 있는 절에 대해 특별한 감정같은 것을 갖게 됐다.
특히 한국의 산사는 풍수지리의 영향인지, 들어가는 순간부터 꼭 산을 오르게 되는데, 그 등반의 과정이 일종의 의식이자 절에 들어가기 위한 필수관문의 느낌이 든다. 마음의 안식을 얻고 싶다면, 이 정도는 올라야 한다, 혹은 이 산을 올라오면서 속세의 때를 털면서 오라, 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렇게 산에 오르다보면 우거진 풀과 나무 사이로 거짓말같이 산사의 모습이 멀리서부터 보인다. 먼 거리에서부터 어른거리는 절의 모습과, 산을 오르며 내쉬는 거친 숨결이 한데 섞여 모종의 기대감, 안도감을 자아낸다.
산사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우리는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 실용성을 최고의 기치로 삼아 만들어진 각진 네모 일색인 도시의 건물들이 아닌, 사람과 함께 숨쉬는 듯한 건물과 중간중간 보이는 나무들, 그리고 잘 정리된 마당 같은 것들.
이렇게 마음의 안정을 갈구하기만 하던 산사였는데, 이번 책을 통해 그 산사들이 가진 의미에 대해 알아보게 됐다. 산사가 어떤 구조로 설계됐는지, 건물 양식은 무엇인지, 산사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산사를 자주 찾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산사 다른 측면에서 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