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규레이션, 이 책은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다.
관광객의 시선이 아닌 거주민 에디터들이 시선으로 보고 느낀 도쿄 생활에 대해 서술한 내용으로 가득 찬 도서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여행 가이드북 역할도 한다.
나 역시 이 책을 보고 지난 3년 동안의 코로나19 - 지금도 완전 종식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 로 인해 중단되었던 해외여행,
특히 가까운 나라 일본여행의 욕구를 잠시나마 대리만족을 하였고 향후 코로나19로 채워진 해외여행의 빗장이 풀려지면 가장 먼저
도쿄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 내가 몰랐던 도쿄의 장소를 찾을 수 있게끔 이 책의 내용이 가이드가 되었기 때문이다.
십여년 차 잡지사 에디터로서, 6년차 도쿄 생활자로서 저자가 직접 체험하고 경험한 도쿄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이 책은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막힌 나에게 또다른 호기심과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다.
이 책은 형태 형, 빛 색, 풍경 경, 맛 미, 사람 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독자인 나에게는 아마도 맛 미가 가장 흥미로운 내용이기도 했다.
형태의 장에 다룬 호류지 박물관, 파빌리온 도쿄2021, 국제문학관, 슌가엔 분재 박물관, 아사쿠라 조각 박물관, 세타가야 미술관,
오쿠라호텔, 오쿠라 집고관, 국립 근대미술관, 도쿄 스테이션 갤러리, 일본 민예관, 2121 디자인 사이드, 하인이로구나 오오카미&니시벳푸 상점,
그린 스프링스, 모리 미술관, 무사시노 플레이스는 서술된 글과 더불어 첨부된 사진에서 일본의 깔끔하고 단순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간접
경험하기도 하였다. 특히 세타가야 미술관은 기회가 된다면 꼭 찾아가서 보고 느끼고 싶은 곳이었다.
빛 색의 장에서는 소소한 일본 고유한 느낌의 일본식 편집숍에 대해 아기자기하게 서술되어 있다.
풍경 경의 장에서는 일본인의 귀여움, 청소의 아름다움 등을 다루었다.
역시 가장 흥미진지한 맛 미 장에서는 비기야라멘, 에스키스, 내추럴 와인, 커피 마메야 카케루, 가부키, 패스, 돈까스, 소바, 다신 소안,
쇼조 카페, 사브어, 경양식, 키친 펀치, 베르그, 스시 토우, 468, 미야카와, 킷사텐, 재즈 올림푸스, 츠지한, 카레 정복기, 노포, 하마노야 팔러,
우오타케, 토토야 등을 다루었는데 한 장 한 장 가보고 싶은 마음을 느끼게 하는 곳들이었다.
커피 마메야 카케루를 다룬 내용은 보다 흥미로웠고, 이 곳 또한 꼭 방문해보고 싶은 장소 중 하나였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제대로 알되 그것을 쉼 없이 갈고닦아 나아가는 것, 여전히 일본이 가장 잘하는 것이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식사를 하여야 커피를 마셔야겠지? 그런 생각이라면 나카메구로 ‘키친 펀치’의 케찹을 무심하게 일자로 바른 오므라이스를 먹어보아야겠다.
저자는 이 식당의 오므라이스를 이렇게 표현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반달 모양을 톡 하고 터트리면 은은한 케찹 향으로 감싼 볶음밥이
기다렸다는 듯 등장한다. 가히 소박하고 부드러운 계란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정통의 오므라이스 맛이다. 안에는 밥알이 살아 숨 쉰다.
계란 속에 너무 기대 있지도, 늘러 붙지도 않고 당당히 제 얼굴을 하고서.’
저 표현을 보고서 어떤 맛인지를 궁금해 하지 않는다면 너무 메마른 사람이 아닐까.
사람 인의 장에서는 스타일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에 대해 다루었다.
이것으로도 충분한 것, 태도가 문화를 만든다, 유리가 그리는 조용한 빛, 이탈리안 오마카세 교향곡, 오모테나시적인 성실함, 계산하지 않은 자유,
일본인의 재즈, 풍경을 만드는 사람, 디자이너의 꿈 등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로마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듯이 도쿄 역시
이들의 창작력이 오늘의 도쿄를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청년들도 그러하듯이 말이다.
저자가 서두에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라고 했듯이 여행이 아니라 그곳의 삶을 찐~하게 경험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참고서로
저자가 말했듯이 결국 나만의 도쿄, 그것을 누리기에 보탬이 되는 책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그러기에 이 책은 사진과 글의 내용이 참 도쿄를 간접적으로 알아가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