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는 내가 일본소설을 특히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더라도 알았을 듯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꾀 있는 인기 소설가이다. 책 표지(안쪽)에서 접할 수 있는 작가 소개의 첫 문장과 같은 '따뜻한 유머와 날카로운 통찰력,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창조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소설가' 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가 코로나 시대에 엮은 '코로나와 잠수복' 이라는 단편 소설집은 대표 제목부터가 뭐랄까, 뒤통수를 맞은 듯한, 정곡을 찔린 듯한 느낌을 주었다. 허구의 소설이지만, 결코 현실을 외면하거나 부정하지 않는 오히려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그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람들을 위한 사람들에 의한 이야기를 구상하고 쓰는 작가이기에 가능한 충격일 것이다. 이 책은 대표 제목 소설인 '코로나와 잠수복'을 포함하여 '바닷가의 집', '파이트 클럽', '점쟁이', '판다를 타고서' 라는 단편 다섯 편으로 꾸려져 있다. 각각 다루고 있는 주제와 소재, 배경 등이 너무나 다르지만 딱 하나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귀신'이 나온다는 것이다. 서점 등의 책 소개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 지켜주는 존재'라고 훨씬 멋스럽고 고상하게 표현했지만, 오쿠다 히데오만큼은 아닐지라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나로서는 다섯 가지 이야기 모두가 '귀신' 이야기이다. 물론, 귀신이라는 아마도 부정적이거나 공포스러운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존재 할 것에 대해 내가 아무런 선입견 즉, 나쁘게도 보지 않고 무섭게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긴 하다. 사실 종교도 없는 나는 수년전까지만해도 귀신은 깨름직하고 꺼려지는, 무섭고 오싹한 존재이긴 했지만, 지금은 우리집 7, 8살 아이들이 즐겨보는 애니메니션 '신비아파트'의 영향이라 생각하지만, 귀신이 자연스럽고 친숙하다. 아니 안쓰럽고 무언가 해주고 싶은 동정심이 우러날 정도이다.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간혹 있었으면 제발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클 때도 있다. 본인의 삶에 자신있고 즉,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정말 귀신은 필요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최소한 내가 생각하는 귀신은 나쁜일을 한 사람들을 벌하고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정의를 심판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바닷가의 집' 에서는 억울하지만 타고난 성격과 여러가지 상황으로 그 억울함을 표출할 용기가 없는 소설가가 아주 오래전에 그 집에 살았던 어린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죽은 아이를 만난다. 현재를 살고 있는 억울한 어른에게 너는 그래도 그 나이까지 살아보지 않았냐는 나는 고작 6-7년의 삶의 기억이 전부라고, 그러니 나보다 낮다고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두번째 어려운 시기 조기 퇴직 권고를 수용하지 못해 모인 성실하고 평범한 중년들이 모여 본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현재 존재했다면 본인들을 도와주었을 것 같은 복싱 코치와 함께 스포츠를 통해 힘과 용기를 내는 '파이트 클럽'은 조금 식상한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실제 내가 조기 퇴직 권고를 받았다고 상상해 본 순간 바로 이해되는 부분이 컸다. 세번째 '점쟁이'의 경우 여자라면 겪거나 겪고 있는, 겪어봤을 자기 자신과의 싸움과 고민, 생각들을 점쟁이라는 특수한 직업의 또 다른 나를 만들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현실과 이상, 돈과 사랑 등 어쩌면 정해져 있는 본인만의 정답을 도출해 나가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풀어가고 있다. 남자 소설가가 썼다는 것으로 반성(?)과 찬사를 보낸다. 단편집 대표 제목의 '코로나와 잠수복'은 코로나 시대의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조금 소심하고 예민하지만 솔직한 아빠, 하지만 코로나와 같은 재앙에는 나약한 한 인간일 뿐인 아빠가 그럼에도 지키고 싶은 가족을 특히,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를 신비한 능력자로 설정하여 의지하는 이야기이다. 조금 터무니 없을 수 있지만 그렇게라도 의지하고 힘을 얻어 이 시대를 극복해야하는 동질감에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소설이었다. 마지막으로 '판다를 타고서'는 드림카를 진정한 드림 즉 꿈꾸듯 과거의 주인을 기억하는 차를 의귀화(의인화의 사람을 귀신으로 바꾼 표현)하여 이제 새로운 주인인 나도 전 주인처럼 소중하게 언제까지나 기억해주리라는 꿈을 담은 차로 만드는 이야기 였다. 내 차의 내비게이션이 스스로 움직인다면... 난 주인공처럼 의연할 자신은 없지만, 기왕 드림카를 구입한 만큼 더 황당하거나 더 판타스틱한 꿈을 싣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